오피니언

[동십자각] 대기업 파업과 박탈감

강창현 산업부 차장

[동십자각] 대기업 파업과 박탈감 강창현 산업부 차장 강창현 산업부 차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보다 더 짜증나는 소식들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투자나 소비는 지난 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고 주가는 바닥을 헤매고 있다. 희대의 살인마가 등장하는가 하면 정치는 여전히 상생보다는 상쟁으로 치닫고 있다. 해마다 반복됐던 노사분규도 올해 어김없이 몇몇 사업장에서 파업까지 가면서 결말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 두 곳의 대형 사업장이 파업중이거나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LG칼텍스정유와 대한항공이다. 이들 두 사업장은 공통점이 있다.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에 그만큼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업의 후유증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원유는 공장이 돌아가는 혈맥이고 항공은 상품이 흐르는 젖줄이기 때문이다. LG정유의 파업은 이미 중소 화학업체들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에틸렌값 등 기초 원자재값의 폭등으로 무더위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이미 몇몇은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2일 파업 찬반투표가 마무리되는 대한항공이 파업으로 간다면 우리 경제에 메가톤급 파장이 미칠 것은 뻔한 이치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마땅한 대체수송수단이 없고 대체인력 투입도 제한돼 있어 항공승객이나 화물의 상당부분은 발이 묶이게 된다. 이들 두 업체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비슷하다. LG정유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7,000만원, 대한항공 조종사는 평균 1억1,000만원이다. 전문직이고 받는 돈에 걸맞는 일을 한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 노동자들의 평균임금보다 상당히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힌 사람들이나 취업전선에서 밀린 청년실업자들은 이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파업은 생존권을 찾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은 생존권보다는 오히려 한 울타리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국가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노동자들은 그만큼의 의무를 지녀야 한다. ‘대기업 노조는 이제 약자가 아니다’라는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말이 이들 노조의 주장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chkang@sed.co.kr 입력시간 : 2004-08-0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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