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5일)은 광복 63주년,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이다. 국민들은 때맞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 경기에서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펼쳐지는 한국 선수들의 투혼과 쉴 새 없이 날아드는 승전보를 보면서 감격스러워 하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고 이처럼 뜨거운 조국애를 품어 본 것도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처음일 게다.
그렇다면 이렇게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한 저력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한 전문가는 양궁을 예로 들면서 세계 양궁계의 극심한 견제 속에서도 변함 없는 정상 자리를 지켜온 비결로 지도자의 리더십을 강조한다. 그가 꼽는 지도자의 자질은 이렇다.
첫째, 최소한 10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고 국내외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통찰력. 둘째,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창의력. 셋째, 영어는 물론 제2ㆍ3의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글로벌 능력. 넷째, 위대한 비전과 거대한 꿈을 잉태할 수 있는 열정 등이다. 이런 요소들이 합쳐져 한국의 남녀 궁수들이 세계 정상 자리에 우뚝 설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우리는 거창하고 현란한 수사나 격앙된 목소리로 광복절을 이벤트로만 치장할 것이 아니라 이 양궁 지도자의 덕목을 곱씹어 보면서 새로운 국가 비전과 목표, 그리고 전략을 고민해 봐야 한다. 지금의 세계는 스포츠 경기 못지않은 무한 경쟁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무대로 변한 지 오래다.
국력은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총체적 힘에서 나온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양궁 지도자의 덕목을 고루 갖춘 정치 지도자가 없다. 스포츠 지도자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국내 정치 지도자들과 지식인들의 역사적 통찰력과 창의력, 열정의 부재 등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게다가 남북관계가 크게 후퇴하면서 분단의 질곡은 더욱 깊게 파이고 있다. 보혁 간 남남갈등과 대립이라는 높은 벽은 여전히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선진화 목표가 실현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남남갈등과 남북갈등, 나아가 분단을 종식하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은 우리에게 벅찬 감격과 동시에 참담한 부끄러움을 안겨줬다.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북한 선수단은 따로 입장했고 함께 응원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남북한의 지도자는 서로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았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9일자 사설에서 ‘남북 공동입장 무산은 냉전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과 북한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공동입장을 통해 우의를 과시한 바 있다. 그랬던 남북관계가 국제사회에서 다시 냉전이라고 규정된 것이다.
정작 일본은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중국 선양에서 북한 대표와 만나 북한에 의한 납치피해자 문제의 재조사를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올 가을까지 재조사를 완료하기로 합의하는 등 관계 정상화를 향해 의미 있는 한 발짝을 내디뎠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지역에 대한 다양한 경제적 이권을 챙기기에 바쁘다. 원조와 경제협력을 미끼로 주요 지하자원과 인프라 사용권을 선점하면서 정치ㆍ경제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남북관계는 5년, 10년 뒤를 내다보며 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한 치 앞이라도 미리 내다보며 북한을 선도적으로 끌고 가는 리더십이 아쉽다. 한국은 스포츠 강국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 이상으로 하루 빨리 남북 분단을 종식하는 데 통찰력ㆍ창의력ㆍ열정ㆍ글로벌 경쟁력 등을 쏟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분단을 해소하고 남북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 광복절 아침에 남과 북이 하나돼 세계로 웅비할 그날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