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국내외 증시가 '정치리스크 해소' 안도감에 일제히 올랐다.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재선으로 민주당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양적완화(QE) 정책을 유지하고 재정절벽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에도 들어가면서 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9.38포인트(0.49%) 오른 1,937.55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진 이날 빅이벤트를 앞두고 오전에는 관망세가 이어졌지만 점심시간을 전후해 오바마의 재선 성공 소식이 흘러 나오면서 증시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1,229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상승장을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정치리스크 해소로 받아들여지면서 글로벌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적완화를 통한 경제 살리기 등 기존 오바마 정부의 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 증시에 안도감을 심어줬다"며 "최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조만간 재정절벽에 대한 대책도 내놓을 것으로 보여 증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은 실업률이 7%대로 떨어지는 등 최근 주택과 고용ㆍ소비심리 등에서 긍정적인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선을 계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증시에도 기대감이 형성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증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며 "내년 미국 경기 회복 기대감이 세계 실물경제에 대한 기대심리 확산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증시에 새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 센터장은 또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등장하면서 G2(미국ㆍ중국)의 정치적 리스크 해소가 주식시장에 새로운 기대감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국내 증시를 포함해 대만ㆍ싱가포르ㆍ인도네시아ㆍ태국 등 아시아 주요 증시들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면서 미국 선거 결과를 반겼다.
다만 G2의 리스크 해소가 곧바로 증시의 급반등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결과는 주식시장의 하단을 탄탄하게 해줄 수 있는 요인이지 상승세를 이끌 모멘텀은 아니다"라며 "재정절벽 해소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다 기업실적도 뚜렷한 반등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은 이 같은 변수들의 해소 과정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 채권 시장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채3년물은 전날과 같은 2.78%에 머물렀고 5년물과 10년물도 보합세를 기록했다. 김세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은 오바마의 당선을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한 탓에 선거 결과가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며 "당분간 기준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가능성도 적어 채권투자 심리는 단기간에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