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새영화] 해도 너무한 할리우드식 상상력?

中 황제가 '머리 셋 달린' 용으로 해도 너무한 할리우드식 상상력?


서구인의 눈에 비친 동양은 늘 신비의 대상이었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 동방에 대한 동경과 낭만적인 감정은 서양 문학작품과 음악ㆍ미술 등 다양한 예술장르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들은 동양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다가도 이따금 경멸과 멸시의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아시아는 신비롭긴 해도 문명화가 더딘 곳으로 묘사했던 것.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스크린 속에서 ‘별종’으로 그려지는 동양인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겠지만 최근 개봉한 ‘미이라3’에서는 동양에 대한 서구인의 ‘분열적’ 태도가 극단에 이른 느낌이다. 영화는 기원전 만리장성을 쌓은 중국 황제를 미이라 괴물로 등장시켜 세계를 정복하려는 악마로 만들어 놓았다. 그 괴물을 맡은 배우는 중국을 대표하는 스타 리렌제(李連杰)이기에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스토리는 전편의 설정을 살짝 비틀어 장소만 고대 이집트에서 중국으로 옮겼다. 전편에 출연했던 유물발굴 전문가 릭(브랜든 프레이저)과 에블린(마리아 벨로) 부부 등 친숙한 배우들이 대부분 다시 등장한다. 릭의 아들 알렉스(루크 포드)는 부모 몰래 상하이로 떠나 그곳에서 2,000년 전 천하를 통일했던 고대 황제의 무덤을 찾게 된다. 황제는 오래 전 무녀(巫女)의 저주로 테라코타 석상으로 변해 자신의 군대와 함께 지하에 매장된다. 그러나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당에 의해 황제는 미이라로 다시 부활하고 황제의 군대마저 잠에서 깨어난다. 미이라3는 스케일 면에서 전편 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 제작비 1억8,000만달러를 투입한 덕분에 히말라야 산맥 등 세계 곳곳을 누비여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감독인 롭 코헨은 웅장한 느낌을 주기 위해 만리장성 등 대부분의 촬영장을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세트를 지어 촬영하도록 주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동양 문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오랜 편견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편을 재탕 삼탕 우려 먹었다는 게 미이라3의 최대 단점.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했다고는 하지만, 중국 황제가 미이라로 부활해 ‘머리 셋 달린’ 용으로 변하는 장면에선 실소가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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