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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전주 전통시장 발길 급감… 재고만 쌓여
상인들 "대처 방법 없어… 가겟세 낼수 있을지 걱정"
관광객 크게 줄어 음식점·숙박업 90% 이상이 타격
먹자골목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 광장시장은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외국인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뿐 아니라 내국인 고객도 급감해 평소 줄을 서서 먹어야 했던 맛집들도 이젠 빈자리가 늘어나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이달 매출액은 지난달 대비 50% 이상 줄었다. 상인들은 시장 곳곳에 손소독제를 비치해두는 것 말고는 사태가 하루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김기준 광장시장상인총연합회 회장은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6월 초순부터는 외국인 내국인 할 것 없이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다"며 "상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해주는 손소독제 같은 것을 비치해두는 것뿐이어서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로 물건 구매자금이나 가겟세 걱정을 하는 상인들이 늘어 정부가 저리로 융자해주는 긴급 경영자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지역경제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 부산 깡통시장도 음식점업 내방객이 평소보다 70% 이상 줄었고 수산물 재고가 쌓이고 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관광도시 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경주의 중심상가는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난 12일 이후 70%가량 매출이 감소했고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청춘시장도 주말 방문객 수가 90%나 줄어들었다. 충북 옥천군의 경우 9일 확진자가 발생한 후 지역 내 3개 전통시장을 일정 기간 폐쇄하기도 했다.
17일 중소기업청·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9일부터 5일간 전국 소상공인 1,403명과 중소기업 615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메르스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분야 긴급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메르스 발생 이후 소상공인·전통시장 전체 매출액은 35.6% 감소했고 고객 수도 34.9% 줄었다. 피해 규모는 초기 메르스 확진자 발생지역(평택·대전 등)과 최초 사망자 발생지역(화성)이 더 컸다. 확진자 발생지역의 매출액은 39.9% 줄었고 미발생지역은 26.4%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순창(-72.8%), 화성(-56.1%), 평택(-54.6%), 서울(-35.4%), 대전(-31.4%) 등의 피해가 컸다.
문제는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온라인 판매로 오프라인 판매 감소분을 일정 부분 메울 수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마냥 메르스 사태가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노화봉 소상공인진흥공단 조사연구실장은 "메르스 공포로 사람들이 모이는 전통시장과 중심상가 유동인구가 줄고 각종 모임이나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생계형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상당히 깊다"며 "대형마트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별도의 유통채널이 있지만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도 메르스 확산으로 경영상 피해가 크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5곳이 경영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숙박과 음식점업(90.8%)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메르스 발생지역(70.3%) 중소기업들 상당수도 타격이 컸다고 응답했다. 메르스 확산으로 경영상 피해를 받은 유형으로는 방문객 감소가 75.5%로 가장 많았고 계약 취소와 연기(63.6%), 면담 거부 등으로 인한 영업활동 차질(17.6%) 순으로 나타났다. 경영상 타격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메르스 확신이 지속되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올해 매출액이 2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