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아니면 말고 식' 세금추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과세당국과 납세기업 간 소송내역을 분석한 결과 당국이 추징한 수천억원에 대해 납세기업은 과세전적부심은 물론 소송을 통해 수백억원 수준으로 액수를 낮추는 사례가 여럿 나타났다. 이미 과세당국이 올 초 잡은 세수목표에 미달하는 상황에서 기존에 추징한 과세가 취소되거나 환급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과세당국은 세무조사 대상을 늘리는 등 기업에 대한 과세를 촘촘하게 짤 계획이다.
◇수천억원에서 수백억원으로 낮아지는 세금=국세청이 지난 2008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세무조사를 벌인 공공기관은 68개다. 이 기간 국세청은 8,037억6,500만원을 추징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이 중 약 75%에 해당하는 5,981억7,500만원에 대해 납세를 동의하지 않았다.
내역을 보면 ▲조세불복 2,304억5,900만원 ▲행정소송 진행 1,958억3,000만원 ▲과세전적부심에 따른 취소 1,266억원 ▲조세심판원에 따른 환급 452억8,600만원이다.
실제 개별 공공기관별로 보면 과세당국의 추징에 대해 곧바로 인정하고 세금을 낸 기관이 있는가 하면 수년째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한국환경공단의 경우 2010년 135억원이 추징됐지만 이에 대해 현재 2심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2011년 1,360억원에 대해 감사원에 심사청구 및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7억7,000만여원에 대한 조세심판원 심사청구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역시 2010년 912억원을 추징 받았지만 조세심판원과 감사원 심사청구를 통해 596억원의 부과가 취소됐고 나머지 가운데서도 289억원에 대한 불복소송이 진행 중이다.
세무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금이 부과되면 일단 내고 소송을 통해 환급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과세에 불복하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가 최종 패소하면 가산세가 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꾸로 보면 일단 들어온 세금도 소송을 통해 당국이 되돌려주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관세청의 경우도 서울세관이 주류수입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로부터 3,681억원의 소송을 제기 당하는 등 각종 소송을 겪고 있다. 그 밖에도 기업은행ㆍ풀무원홀딩스ㆍ삼성코닝 등이 관세청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기업 세무조사 강화로 소송 늘어나나=과세당국은 현재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목표보다 세수가 더 많이 걷혀 고민이었는데 이제는 정반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세청이 이날 세무조사감독위원회를 통해 5년 정기 세무조사 대상을 매출액 5,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낮춘 배경에도 이 같은 고민이 깔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올 초 국세청은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건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는데 내년부터는 다시 늘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일선 세무서에는 세무조사 목표치 할당량이 내려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납세자는 "일선 세무서에서 세무조사 관련 증거자료로 사용하는 부동산 내역을 고쳤다"면서 "일선 세무서에서 이미 추징액을 상정하고 세무조사를 맞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세무서 관계자는 "세무조사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공평하게 진행되며 오히려 납세자의 지능적인 탈루 수법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