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의 에어컨 전쟁이 유통가 전체를 포연으로 뒤덮고 있다.
상반기중 저조한 에어컨 예약판매 실적으로 울상을 짓던 유통 업체들이 “에어컨 떨이! 골라! 골라!”를 외치기 시작한 것은 5월말부터.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백색가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이 유독 에어컨에서만 LG에게 뒤지자 삼성 고위층이 정상탈환을 명령한 것을 이번 사태의 단초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통가에서는 소비심리가 워낙 위축돼 에어컨 전쟁이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으로 판단했지만 5월말에 접어 들면서부터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양판점의 경우 하이마트가 6월 초부터 에어컨 가격을 10~25% 할인해 판매하더니 일부 에어컨 모델을 구입할 경우 덤으로 청소기, 전자레인지, 세탁기, 김치냉장고, 오디오 등을 증정하기 시작했다.
전자랜드21은 이 보다 한발 앞서 5월말부터 슬림형 에어컨을 살 경우 김치냉장고, 해외여행 상품권 등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업계도 상황은 비슷해 삼성 블루윈 에어컨이 지난 5월 20일을 전후로 가격할인을 단행하자 LG전자도 6월 1일부터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뜨거운 `에어컨 전쟁`의 압권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이어진 주말의 TV홈쇼핑 대리전이었다.
삼성전자가 한 집안 식구였던 CJ홈쇼핑을 통해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블루윈에어컨의 방송을 8회나 내보내는 인해전술로 선수를 치자, LG전자도 사촌간인 LG홈쇼핑을 통해 휘센 에어컨 방송 4회 송출로 맞섰다.
찔끔 찔끔 판매하는 오프라인 유통으로는 쉽사리 결판이 나지 않자 한 시간에 수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홈쇼핑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빼어 든 것이다.
이로 인해 재미를 본 것은 유통업체들. 특히 홈쇼핑업체들은 지난해의 절반 값으로 고객을 유인한 것은 물론 전자업체들로 부터는 일정한 마진까지 확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어컨은 비수기에 구입해야 싸다`는 영업사원의 말에 지금보다 두 배나 되는 값으로 구입한 소비자들의 쓰린 속은 제조업체도, 유통업체들도 달래줄 길이 없다.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