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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기(氣)를 받고 가야지." 한 동반자가 던진 말에 모두 영문 모를 표정이 되자 캐디가 설명했다. "페어웨이 옆 숲에 진짜 호랑이 굴이 있어요." 이야기는 이렇다. 힐데스하임CC(27홀)가 조성된 충북 제천 천남동 일원은 90년 전만 하더라도 호랑이가 살았다고 전해진다. 호랑이는 자기 영역이 사방 100리나 되고 남쪽으로 향한 명당자리에만 자리를 잡는다고. 타이거코스 9번홀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수십m 올라가면 굴을 볼 수 있다. 골프장 측은 이 굴이 전설의 고향으로 남아 있도록 원형 그대로 남겨놓았다.
호랑이의 기운을 받고 스완코스에 이르면 예술작품 같은 6번홀(파4·358m)을 만날 수 있다. 내리막 경사를 따라 쭉 뻗은 페어웨이는 티샷 낙하지점에서 급격하게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티샷을 날리고 이동하면 티잉그라운드에서는 보이지 않던 그린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린은 가장자리에 삐죽삐죽한 바위가 둘러쳐져 '이글 네스트(독수리 둥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홀을 마친 뒤 곧장 다음 7번홀로 빠져나가는 것은 찐빵 겉만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6번홀 독수리 둥지 그린에서 내려다보는 암반 호수 경관을 놓치면 안 된다. 바위를 뚫고 물을 채운 호수는 물과 바위·갈대가 어우러져 밤이면 골프 좋아하는 신선들이 노닐고 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 암반은 원래 거대한 장애물에 불과했다. 건설 도중 2,000평(약 6,600㎡)은 족히 되는 너른 바위를 만나 공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여성 설계자인 임상신씨와 골프장 측은 암반에 대한 창조적인 재해석으로 답을 찾았다.
암반의 중앙 부분을 절구처럼 뚫어내 호수를 만들기로 한 것. 부서진 바위들은 그대로 기암괴석이 됐고 채운 물은 신기하게도 새지 않아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5m나 된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이 6번홀 그린이 호수 암반의 일부 위에 앉혀졌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휘어진 형태의 도그레그(dog leg) 홀이므로 티샷을 세컨드 샷 할 때 그린 방향으로 열린 지점에 떨구는 게 좋다.
내리막이라 길지 않으므로 방향에 주의한다. 맨오른쪽 벙커를 겨냥해 너무 길게 치지 않으면 무난히 파를 기록할 수 있다. 티샷에서 욕심을 내다가는 왼쪽 암반이나 오른쪽 OB(아웃오브바운즈) 구역으로 보내기 십상이다.
비슷한 홀을 찾기 어려운 이곳에는 얘깃거리도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 타이거코스 8번홀(파4)은 '스카이라인' 그린으로 유명하다. 그린 면을 구릉의 선과 절묘하게 맞춰놓아 페어웨이 쪽에서 그린을 바라보면 하늘과 맞닿아 있다.
그린 너머 멀리 박달재가 있는 천둥산의 첩첩 자락이 절경을 연출한다. 20톤 트럭 120대 분량의 갈대를 모든 홀에 심어 제주도 같은 풍취도 물씬 풍긴다. 스완코스의 중심이 되는 길이 1㎞ 넘는 호수는 6개 홀에 영향을 미치며 심미성과 전략성을 동시에 담당한다.
드래곤코스 7번홀 옆 산 절벽에는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깃든 웅덩이(용소·龍沼)도 있다.
해발 300m 지대에 조성된 힐데스하임CC는 코스가 남향이고 천둥산이 바람을 막아줘 겨울에도 체감온도가 그리 낮지 않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볼빅 힐데스하임 오픈을 치르며 난이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원건설 대표이기도 한 김민호 회장은 "3개의 국립공원인 오대산·치악산·월악산의 복판에 자리한 이점을 살려 자연이 숨 쉬는 '대중적인 명문 코스'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