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의 재산세 가산율 인상이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구청의 거부로 무산된 것은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정부의 대책이 `엄포용` `겁주기식`에 불과했다는 반증이다.
3일 서울의 강남ㆍ서초ㆍ송파 등을 비롯한 25개 구청들은 부동산시장 위축 우려와 재산세 중과에 반발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재산세 가산율 인상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와 서울시도 “재산세 과표의 결정권한은 기초지자체에 있다”며 사실상 이를 용인해 재산세 가산율 인상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불거졌던 재산세 형평성 문제와 정부의 권고가 기초지자체에 의해 단번에 무너졌다는 점에서 향후 파문이 예상된다.
◇구청들 시장위축ㆍ조세저항 우려=3일까지 서울시에 접수된 각 구청들의 재산세 과표기준 승인요청은 강남ㆍ서초ㆍ송파구를 비롯한 강남북 지역을 포함한 10여개 구에 달한다. 하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구청 대부분도 지난달 31일 현행 재산세 과표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고 결정 고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각 구청들은 한목소리로 “몇 달 사이에 부동산시장이 급속도로 안정화돼 자칫 아파트 가산율 인상이 부동산시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며 “특히 주민들의 조세저항도 우려돼 현행 유지안을 선택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도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대상자 1,096명 중 49%가 현행유지를 주장한 반면 인상안 적용을 꼽은 이는 36%에 그쳤다고 밝혔다.
◇행자부ㆍ서울시 “구청 결정권한”=이 같은 구청의 결정고시에 대해 정작 정책을 추진했던 행자부와 서울시는 “재산세 과표기준 결정고시는 결국 자치구의 권한으로 권고만 할 뿐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물러서고 있다.
서울시측은 “지난달 31일자로 각 구청들이 결정 고시를 한 만큼 시장의 권한으로 다시 번복하거나 가산율 인상안이 포함된 과표기준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행자부는 재산세 과표의 부과기준일인 오는 6월1일 이전에 투기 수요가 생기면 광역단체장이 변경 고시할 수 있다”며 “결국 과표결정은 광역단체장의 허가를 얻어 기초단체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가격대의 아파트 재산세가 지역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는 형평성 문제도 있다.
실례로 같은 3억대인 강남의 30평형대 아파트보다 수도권 외곽의 60평형대 아파트의 재산세가 2~3배 정도 많은 현실에 따른 합리적 세제 운영은 여전히 과제로 남게 됐다.
이에 대해 한 조세 전문가는 “부동산시장의 안정화와는 별개로 강북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소유자들의 형평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영, 한영일기자 hanu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