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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블로그]김광수 기자의 ‘아! 차!’(11)

현빈한테 밀린 정우성, 원빈, 조인성





광고 속 자동차의 세계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태평(현빈)씨가 최근 CF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데요. 아웃도어 브랜드 중에는 K2가 현빈을 잡았습니다. K2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화보촬영을 위해 현빈의 차로 미국차 브랜드 Jeep(짚)의 랭글러를 선택하고, 해당 브랜드에 차량 제공을 의뢰했습니다. 등산, 캠핑 등 많은 브랜드에서 수 차례 협찬을 요구했지만 거부했던 짚 브랜드도 ‘현빈님’이라는 소식에 흔쾌히 응했다는 후문입니다. 브랜드 담당자인 여직원 눈이 하트로 변해 광고 촬영장에 버선발로 뛰어갔다는 말도 있더군요. 정우성, 원빈, 조인성 같은 배우들이 그럼 현빈한테 밀린 건가요?


랭글러는 아웃도어 이미지에 적합해 유독 찾는 곳이 많습니다. 얼마 전 맥도날드의 호주바베큐버거 광고에도 카우보이 모자를 쓴 남자가 아이와 함께 랭글러 4도어 모델을 타고 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우리투자증권 광고에 파란색 랭글러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짚 브랜드는 광고가 나간 이후에야 자신들의 차량이 쓰인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TV에 광고가 많이 나올수록 자신들의 차가 노출되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하네요. 우리투자증권에서는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러 다니는 미래상품발굴단의 이미지에 지프차로 보물을 찾는 인디아나존스의 느낌을 더하기 위해서는 대체할 수 있는 차량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동차는 CF에 자주 등장하는 소품 중 하나입니다. 타이어를 비롯한 다양한 자동차 용품 광고에는 필수적인데요. 주로 국산차보다는 수입차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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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도 마찬가지인데요. 국내 완성차 업체가 고객들이다 보니 어느 한쪽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거나 좋게 하기 보다는 수입차를 쓰는 게 속 편하다고 합니다.

앞서 가는 차들이 추돌사고가 나서 급제동을 하며 제동능력의 우수성을 알린 한국타이어 광고 기억하시나요? 벤츠와 BMW의 여러 자동차가 나왔습니다. 벤츠 SLK의 뒤를 BMW X5가 들이 받았고, 이를 본 E클래스가 급정거하면서 추돌을 피하죠. E클래스에 장착된 한국타이어를 클로즈업하는 모습. 벤츠에서는 E클래스가 좋은 차라 그런 것이라며 타이어의 성능만으로 그럴 수 없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타이어가 벤츠와 타이어 공급 협상을 하고 있어서 벤츠에 잘 보이기 위해 벤츠를 부각시켰다는 설도 있는데 과연 벤츠가 그걸 보고 맘에 들었을까요?

한국타이어는 최근에 친환경 타이어 광고를 시작하며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등장시켰습니다. 도요타 엠블럼은 가려졌지만 딱 봐도 하이브리드차의 대명사인 프리우스인 것을 알 수 있죠. 글로벌 생산량 1위를 다투는 도요타와 좀 더 우호적 관계를 쌓기 위한 것일까요?

정유사 광고에도 자동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죠. 주유소에 차가 빠지면 안되니까요. 대신 국내 정유사들은 국내 자동차 회사들과 혹시 모를 이해관계를 위해서 국산차보다는 수입차를 주로 이용합니다. 정유사가 있는 SK나 GS그룹의 경우 전기배터리를 완성차 회사에 납품하고 있어서 파트너 회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 한다고 하네요.

CF에 등장하는 차들은 특정 브랜드의 로고나 엠블럼을 노출할 수 없어서 어떤 브랜드의 무슨 차종인지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차량 협찬을 하기 힘든 이유죠. 사전 협의 없이 쓰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나 무단 사용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해 차량의 디자인도 약간씩 변형합니다. 광고 시간이 워낙 짧아서 CF 속 차를 두고 어떤 모델인지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자동차 마니아들은 무슨 차량인지 잘도 찾아내고 하더군요.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CF에 등장한 차가 ‘OOO의 차’로 불리는 경우는 아직까지 보기 힘듭니다. 차는 그저 등장할 뿐이라는 사실.

그런데도 우리 차를 가져다 써준다면 ‘땡큐’를 외치는 게 자동차 회사들의 입장입니다. CF는 일반적으로 좋은 이미지로 차량이 쓰이니까요.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노출이 됐으면 하는데 보일락 말락 나오니까 아쉬움이 크다고 합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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