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금융회사 몰아치는 칼바람… 정말 어려운가

'데스 밸리'는 지나가… 급변하는 환경 선제대응 카드



금융권의 구조조정 태풍이 예사롭지 않다. 증권사에서부터 시작된 칼바람이 은행과 보험사 등으로 몰아치고 있다. 특히 삼성금융 계열사 등 업계를 주름잡는 대형사들이 큰 흐름을 선도하면서 금융권 구조조정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들이 지금 이 순간 이처럼 거센 구조조정의 몸부림을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말로 경영이 어렵고 한계에 달했기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의 원인을 단순히 수익적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각 금융권역의 수익 상황을 보면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은 지나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히려 지난 1·4분기를 계기로 턴어라운드의 조짐도 조심스럽게 엿보인다. 이에 따라 감원과 구조조정의 진정한 원인은 이 기회에 기업의 체질을 미래 금융산업의 모형에 맞게 바꾸기 위한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고금리·고성장 시대에 구축된 고비용 구조를 혁파하는 몸부림이자 한편으로는 금융이 모바일과 온라인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는 와중에 수반되는 인프라 혁신 과정임과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에 실패하는 금융사는 스마트 금융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금융 환경에 뒤처질 공산이 크다. 현재 금융산업의 현황을 은행·보험·카드·저축은행 등 업권별로 짚어봤다. /편집자주

● 은행

창구 뱅킹 한계, 온라인 중심 체질개선 시동


은행권 구조조정은 수익 악화가 직접적 원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달라진 금융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성격도 있다.

실제로 은행의 수익 흐름을 보면 이것만 갖고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 지난해 은행 순이익은 저금리 여파로 전년도 8조6,818억원에서 3조8,823억원으로 크게 쪼그라든 만큼 한층 높아진 위기감을 반영했다.

하지만 올 1·4분기 들어 은행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나아지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은행권 순이자마진(NIM)과 연동되는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지난 2월 2.54%로 전달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 이후 더디긴 하지만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연말로 갈수록 수익성 개선과 직결되는 금리 상승 기운도 고조돼 대기업 파산 같은 돌발 악재만 없다면 영업 여건은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금융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면거래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온라인 거래 비중이 커져 인력 감축, 유휴인력 재배치 등이 불가피하다.

구조조정의 강도가 선진 금융 시스템에 익숙한 외국계 은행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은 190개 지점 가운데 56개 지점을 통폐합하고 전체의 15% 수준인 600여명을 희망퇴직할 계획이다. 올 초 200여명을 명예퇴직 형태로 정리한 SC은행도 350여개인 점포 수를 100개로 줄이기로 했다.

국내 은행도 창구 중심의 뱅킹에 한계가 왔다고 보고 점포 축소에 사활을 건 셈이다.

점포 축소는 올해 속도가 부쩍 붙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은행 전체로 총 68개의 점포가 감소했지만 올해는 국민은행이 55개 점포를 줄였고 신한은행은 49개 점포를 통폐합했다.

살아남은 점포의 재조정도 활발하다. 산업단지나 택지 개발 수요가 있는 곳은 점포가 늘고 있고 탄력적으로 영업시간을 가져가는 점포도 증가 추세다.

실적의 완만한 상승 흐름에 비춰 최근 은행권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중금리 상승 전망 등은 은행의 NIM 개선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하반기에는 수익 내기가 조금 더 낫겠지만 은행별로 영업 전략 등에 따라 수익성 개선 흐름은 차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sed.co.kr

● 카드

정보유출·수수료 개편에 감원 불가피


카드업계는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지난 2000년대 초반 카드 대란 때보다 더 힘들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지난해 단행된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은 수익성 악화의 서막에 불과했다. 연초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수익성 악화에 더해 신뢰성 추락이란 최악의 상황으로 번졌다. 1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 회원 수는 2011년 8,726만명에서 지난해 7,589만명으로 1,000만명 이상 줄었음에도 당기순이익은 2012년 1조3,02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000억원 가까이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1조6,597억원으로 무려 27.1%나 늘었다.


그러나 이는 2012년 강화된 리볼빙 자산 충당금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투입한 기저효과 탓에 나타난 착시였다. 착시를 걷어내면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지난해에만 1,870억원에 달하는 수익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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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업계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필수로 부상했다. 현재까지 구조조정을 단행한 곳은 신한카드가 유일하다. 그러나 카드업계에선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 내다본다. 한 대형 카드사의 고위 관계자는 "인건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인력 감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에 비용을 투입해야 할 곳만 해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우선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인력을 확충하고 보안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개인정보 유출 재발 방지 종합대책으로 신용카드업계가 1,000억원대 기금을 조성해 해킹에 취약한 영세 가맹점의 카드 단말기를 정보 보안이 강화된 IC 단말기로 교체하도록 했다. @sed.co.kr

● 보험

올 실적 반등 예상… 조직 슬림화로 경쟁 대비


보험업계 실적 기상도는 '구름 낀 맑은 날씨' 정도로 정리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에 6조491억원을 기록했던 생명·손해보험 전체 당기순이익은 2011년 회계연도 5조8,320억원, 2012년 회계연도 5조5,887억원으로 각각 줄어든 데 이어 2013년 회계연도(4~12월)에는 3조5,851억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보험업계 실적은 바닥을 찍고 반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반기로 갈수록 보험료 인상 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예로 올 1월 수입차 보험요율이 11%가량 인상된 데 이어 업무용·영업용 차량의 보험료도 인상됐다. 대규모 실손보험 갱신으로 손해율 안정도 기대된다.

특히 하반기 금리 인상 기대감이 자라나면서 자산운용 수익률도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반등 흐름과는 별개로 보험업계에선 인력 감축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업계 1~2위가 나란히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중소형 보험사들도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수익 방어가 수월한 대형 보험사가 인력 감축에 돌입한 것은 긴 호흡의 전열 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인력 감축은 두 가지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수익구조가 한계 수준까지 떨어진 후 이뤄지는 구조조정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반면 금융사들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기도 한다. 복싱선수가 링에 오르기 전에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벌어지는 인력 구조조정은 후자에 해당된다.

실제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조직원 반발에도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항아리형 조직구조를 정상화하려는 의도가 짙다. 조직 슬림화를 통해 경쟁에 대비한 몸부터 만들겠다는 것이다.

신승현 하나대투증권 보험담당 애널리스트는 "대형 생보사의 인력 조정은 단순히 비용 절감으로 보기보다는 자원 배분의 효율화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결국 보험업계에서는 보장성을 중심으로 한 신계약 판매와 해외 진출 전략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박해욱기자 spooky@sed.co.kr

● 저축은행

부실 낙인… 영업정지·인력 감축 검토



저축은행업계는 여전히 빼앗긴 봄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 퇴출 이전까지 저축은행업계의 순이익은 9,188억원(2010년 7월~2011년 6월)이었지만 그 이후 순손실만 1조6,608억원(2011년 7월~2012년 6월)으로 고꾸라졌고 지난해에는 1조1,051억원의 적자를 냈다.

부실 낙인으로 고객 발길도 줄어든 데다 시중은행에서 대출까지 빼앗아가고 있어 남는 손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영업지점 축소와 동시에 직원 인원 감축도 고민하는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구조조정의 마무리 단계 정도로 평가한다. 예금보험공사가 가지고 있던 가교저축은행들은 러시앤캐시·웰컴론 등 대부업체들이 인수하면서 다 털어버렸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년 회계연도 상반기(7~12월) 저축은행 영업 실적을 보면 순손실은 4,16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6,305억원) 대비 2,142억원으로 손실 폭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대부업계는 1·4분기까지는 선방했지만 최고 금리가 인하된 시점인 이달부터 순이익 악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무경기자 m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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