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기아차, '경쟁사' 현대차에 車 납품?

현대차, 기아 그랜드카니발 '형제차' 내달 美 시판

기아자동차가 자사 차종과 경쟁이 불가피한 자동차를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달 말부터 기아차 그랜드카니발의 플랫폼을 이용해 제작한 미니밴 `앙트라지'를 미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니밴 차종으로 트라제가 있지만 트렁크 등이 좁아 미국인 취향에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기아차의 플랫폼을 공유한 차를 출시하게 됐다. 앙트리지는 그랜드카니발과 디자인만 다를 뿐 배기량(3천800cc)과 엔진, 파워트레인 등은 동일하며, 기아차는 앙트라지를 완성차 형태로 생산해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인 현대모터아메리카(HMA)에 수출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투싼과 스포티지 등 그동안 플랫폼을 공유한 차를 각각 제작판매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차를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납품받아 해외에서 판매하는 경우는 없었다. 특히 해외 자동차그룹들이 대개 계열사끼리 시장별 혹은 차급별로 나눠서 개발판매해 시너지 효과를 키우는데 반해, 이번 경우는 앙트라지가 그랜드카니발(수출명 세도나)과 동일시장에서 판매 경쟁을 해야한다는 점에서 기아차에게 오히려 `부메랑'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두 회사는 수요층이 비슷한 가운데 브랜드 인지도는 현대차가 기아차보다 앞서 있어 앙트라지가 그랜드카니발의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랜드카니발은 기아차의 미국내 주력 차종중 하나로, 지난 1월에만 미국에서 5천484대가 팔려 기아차의 모델 가운데 미국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앙트리지의 시판으로 그랜드카니발의 미국 판매 대수는 줄어들가능성이 크다"면서 "어떻게 보면 경쟁사에 자동차를 납품한 모양새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기아차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현대차와 기아차는 일단 윈-윈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내 딜러들로부터 미니밴이 없어 판매에 어려움이 있다는불만이 있어왔다"면서 "하지만 미니밴을 미국용만으로 자체 개발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커 기아차의 플랫폼을 이용해 만든 차를 판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아차로서도 현대차 납품으로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미국에서만 판매되는 앙트라지의 올 판매대수를 2만8천대로 잡고 있다. 기아차에서도 앙트리지의 출현이 그랜드카니발의 판매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그랜드카니발이 우리의 주력 차종이기는 하지만 미국내 점유율이 미미해 앙트라지가 시판된다 하더라도 점유율을 깎아먹기보다는 함께 점유율을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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