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졸업장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이 나오더군요. 어제는 잠을 설쳤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여하는 바람에 제때 졸업장을 받지 못했던 학도병이 반세기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주인공은 9일 열린 경북 구미시 오상중학교 졸업식에서 학생들과 함께 졸업장을 받은 주영덕(73ㆍ사진)씨. 구미시 장천면에 거주하는 주씨는 졸업식에서 감격에 찬 목소리로 계속 "기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날 주씨의 손녀인 예리(16)양도 같은 학교에서 졸업장을 받아 주씨의 기쁨이 더했다. 그는 오상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이던 지난 1953년 1월 공군에 자원입대하는 바람에 학업을 중단했다. 중학교 과정을 모두 배웠지만 졸업식을 치르지 못한 채 그는 경기도 부천의 공군 정보부대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중 2명의 형이 전사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의무가 생긴 그는 같은 해 7월 '학창복귀제대' 제도를 통해 전역했다. 제대한 주씨는 구미 오상고 측의 배려로 고교에 진학해 1학년 2학기 과정부터 시작해 졸업했고 평생 농사를 지으며 가족을 부양했다. 이제 '농사 현역'에서마저 제대한 그지만 마음 한켠엔 늘 중학교 졸업장을 받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이 같은 주씨의 사연은 대구지방보훈청을 통해 오상중학교에 전달됐고 학교 측은 늦었지만 주씨의 명예를 높일 수 있도록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결정했다. 주씨는 "남들에게는 중학교 졸업장이 별 거 아니겠지만 전쟁 때문에 형들을 잃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중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한 저로서는 감격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