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국서 신용카드 쓰면 바보(?)

www.emailcafe.net에 연재되는 산업부 고진갑기자의 베이징통신을 sedaily.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이번기사는 2002년 12월 09일 작성된 기사입니다. 중국에선 신용카드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부 고급호텔이나 백화점 등을 제외하고는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을 만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카드를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아오르기도 하고요. 하지만 무심코 쓴 카드 대금, 그 것도 할부가 아닌 일시불 거래에 수수료가 붙는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 심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몰라서 당한 저의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종종 할인점인 `짜르푸우(까르프)`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곤 합니다. 이곳을 자주 찾는 1차적인 이유는 가격이 싸고 품질도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웃을지 모르지만) 저가 이곳에 자주 들리는 또 다른 요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비자나 마스터 등 국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지요. 이곳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지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은 아마 모를 겁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카드를 쓸 수 있는 곳에서는 가능하면 카드를 사용합니다. 카드 사용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쓸 곳을 만나 반갑다`는 이 이유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이곳에 온 이후 항상 현금을 넉넉히 보유하지 못하는 연수생이라는 개인사정—흑흑(?) 불쌍하지요때문이기도 하지요. 얼마 전 입니다. 금슬 좋다(?)는 저희 부부사이에 신용카드를 둘러싸고 싸움이 생겼습니다. 발단이 술집에서 긁은 카드대금 때문이었다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바로 짜르푸우에서 물건을 사고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왜 신용카드를 사용하냐”는 마누라의 바가지가 싸움의 이유였으니 얼마나 황당합니까. 카드대금이 많이 나와도 지금까지 한번도 말이 없었던 마누라의 이 말은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카드로 결제하는 게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반박했고, 마누라는 어디서 들었는지 “ 이곳에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가 붙는데 왜 카드로만 결제하려 하냐”며 참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 것 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하다가 결국 서로가 한심하다는 듯이 내기를 했죠. `만약 수수료가 붙으면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다해주기`가 그 것입니다. 그래서 의기양양하게 담당직원에게 문의를 했지요.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일시불 지급조건이라도 사용수수료가 10% 부과된다”고 답했습니다. 그런 규정이 세계 어디에 있느냐며 격양된 표정으로 항의하는 저의 말에도 그는 “규정이다”라는 대답만 되풀이 할 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제 신용카드 결제 때 일시불로 지불할 경우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고 할부일 경우에만 1~3%의 수수료가 붙는 것으로 알고 있던 저의 상식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날 완전히 바보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동안 카드 결제한 대금에 수수료를 준 것도 화나지만 마누라에게 당한 망신-기자라는 놈이 그런 것도 모르냐, 평상시 마누라 말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듣지 등등-때문에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이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할 까요. 나름대로 취재한 결과, `신용카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고 개인신용제도가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은행이 부담하는 리스크가 높아지고, 그렇다 보니 은행은 카드신청인에게 담보금을 요구하고, 카드 발급사에게도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상황이 이러니 중국에 카드 가맹점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실제로 중국내 호텔, 백화점, 식당 등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전체의 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사용할 수 있는 곳에서도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는 다고 합니다. 카드를 가지고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게 이득이라는 인식이 확 퍼져 있는 것이지요. 취재과정에서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부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중국의 카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은행연합카드㈜가 최근 비자카드의 주회원으로 가입했는데도 아직도 국제규약을 무시하고 수수료를 물리고 있는 것이 그 것입니다. 비자카드 주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국제 신용카드 규약을 따르는 일반적인 관행을 무시하는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가기에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아무튼 중국에선 불가피한 일을 제외하고는 당분간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고진갑기자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