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유국의 꿈 '동해 가스전'은 지금

고립무원속 직원 40명 가스 1천t 생산

지난 3일 울산 남동방향 58㎞ 해역. 김해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동북쪽으로 망망대해를 30분쯤 거슬러 오르다보니 넓은 바다 한 가운데 점처럼 떠있는 인공섬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낸다. 우리나라에 세계 95번째 산유국의 지위를 안겨준 '동해-1 가스전' 플랫폼이다. 수심 150m 깊이에 기둥 4개로 뿌리를 박고 수면위 47m 높이로 솟아있는 플랫폼의 연면적은 380평. 평평한 곳에서 웬만한 공놀이를 하기 어려울 정도의 작은 규모다. 플랫폼의 최상부인 헬기장에 내려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코발트색 바다와끝없는 수평선 뿐. 고립무원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이 작은 인공 철탑섬에 한국석유공사 해상운영팀 40명이 2개조로 나뉘어 2주씩 교대로 상주하고 있다. 가스 생산과 시설 유지, 보수를 맡고 있는 엔지니어, 요리사, 의사, 청소 및 세탁담당자들도 있고 외국인도 10명이나 된다. 해저 가스 생산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로선 영국, 러시아 등 해외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데 이들 해외 엔지니어들은 2주간의 근무가 끝나면 가족이 있는 고향으 로돌아갔다가 복귀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한국인 직원들도 2주간의 휴가를 고향에서 보내는 건 마찬가지다. 플랫폼 정상에서 보기만해도 아찔한 계단을 걸어 내려오면 육지의 석유생산기지를 축소해놓은 듯한 플랫폼의 가스 생산 및 처리 시설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플랫폼 주변 해저 3천425m에서 뽑아올려진 천연가스는 이곳에서 1차로 물과 불순물을 제거한 뒤 68㎞ 길이의 해저 배관을 통해 울산의 육상처리시설로 이송되며육상에서 다시 2차로 가스와 수분, 찌꺼기 분리작업을 거쳐 가스공사로 전송된다. 이렇게 생산되는 천연가스가 일평균 5천만입방피트, 무게로는 약 1천t 정도다. 동해-1 가스전의 전체 매장량은 2천500억입방피트(LNG환산 500만t)로 향후 15년간 울산.경남지역에 매년 40만t의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이날은 투명한 햇살에 바람도 거의 없는 맑은 초겨울 날씨였지만 이곳 풍광이항상 온화한 것만은 아니다. 태풍이나 수시로 부는 강풍땐 상하,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플랫폼에서 지독한배멀미를 각오해야 하고 기상악화에 대비해 매일 비상벨이 울리면 전 직원이 비상탈출 훈련을 할 정도로 긴장감이 팽팽하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이곳에 상주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 정신적인 스트레스다. 고립돼 있다는 막연한 공포감이 가족과 떨어져 있는 고독감, 취미생활을 영위할수 없는 무료함과 뒤섞여 이따금은 뭐라고 꼭 집어 말하기 힘든 멍한 정신상태가 되곤 한다는 게 상주 직원들의 말이다. 해상운영팀의 이재형 과장은 "2주 근무 2주 휴식의 근무형태가 좋을 듯 싶지만생활리듬이 달라져 쉬는 2주가 결코 쉽지 않다"며 "이 곳 생활에 편안함을 느끼는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 과장을 비롯한 많은 직원들은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곳 생활을 자원했다. 국내 최초의 천연가스 생산 현장에 투입됐다는 자부심과 우리 힘으로 해낼 수있다는 성취감이 이들을 망망대해속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훑다보니 한쪽 끝 철탑 크레인 위로 선홍색 불꽃이 꺼지지 않고 연신 타오른다. 불꽃을 보니 이곳에서 가스가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런 사실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천연가스 연간 소비량의 2.2%에 불과하지만 이 불꽃은 이곳 석유공사직원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다. 세계 속에서 산유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하리라는 꺼지지 않는 꿈을 밝혀주기 때문이다. 가스를 뿜어내는 플랫폼의 불꽃은 아직은 미미하지만,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꽃이다. 이 불꽃은 고유가의 어둠속에서산유국의 길로 안내하는 우리의 등불이다. (울산=연합뉴스) 권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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