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노력의 결실이 보이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이기웅(64) 파주출판문화단지 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건물들의 모습을 보며 요즘 자신감을 갖는다. 지난 15년간 출판단지 건설 사업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아련하기만 하다.
중견 출판사인 열화당 대표로 있던 이 이사장은 49세때 출판인들의 중지를 모아 기획과 인쇄, 제본, 유통시설을 한 자리에 모은 출판단지를 건설해 보겠노라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 부지가 있는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자유로 주변의 땅 48만평을 확보하기까지 9년여의 세월을 보냈고 98년 단지조성공사의 첫삽을 뜬 후에도 출판사들의 자금난으로 5년여를 보냈다. 이 이사장은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정부로부터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받는 일이었다고 회상한다.
“출판사업이 다른 제조업 단지들처럼 `집적화의 이익`이 있는지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관료들 앞에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 이사장은 출판관련 시설들을 집적했을 때 최소한 30%의 물류이익이 뒤따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파주출판단지는 97년 문화산업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돼 다른 산업공단들처럼 전기ㆍ가스 할인혜택과 함께 법인세ㆍ개인소득세를 3년간 면제받고 5년간 50%를 추가로 감면받게 된다.
`왜 그토록 시간이 오래 걸리느냐`는 질문에 “하나님이 정말 이 사업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 되짚어 보고, 이 사업을 추진을 위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가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겠냐”고 이 이사장은 반문한다.
개인적으로 안중근 의사를 존경한다는 이 이사장은 그의 흉상을 사무실에 제작해 놓고 기일 등에는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최근 그에 관한 공판기록을 모은 책 `안중근 전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내기도 했던 이 이사장은 출판단지내에 있는 6개 다리중 하나를 아예 `응칠교(안중근의 아호)`라 이름짓기도 했다.
자유로너머 임진강을 바라볼 수 있는 심학산을 배경으로 조성되고 있는 파주출판단지는 자연 수로와 갈대 등 환경을 최대한 살리는 생태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보진재, 한길사, 창작과비평사 등 15사가 입주해 있지만 열화당, 민음사, 동녘, 박영사, 문학동네, 국민서관, 돌베개 등 40여개 업체가 공사를 진행중이거나 착공예정으로 있어 내년말 150여개 업체가 들어서는 단지 조성에는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이 이사장은 “내년말 1차사업이 준공되면 5만의 상주인구가 거주하는 작은 문화도시가 될 것”이라며 “오는 10월 `어린이 책 한마당`행사를 파주출판단지에서 직접 가져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출판단지의 탄생을 국내외에 본격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