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자사주 매입' 옥석가려라

매입여력 크고 이익소각 목적 땐 '藥' <br>현금부족 기업 무리하면 오히려 '毒'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의 재료로 인식되는 자사주 매입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사주 매입 기업의 실적이 우수하고 저평가됐거나 자사주 매입 금액이 크고 이익 소각을 위할 때는 ‘약(藥)’인 반면 현금이 부족한 기업이 주가 방어를 위해 무리하게 자사주를 매입하면 펀더멘털이 나빠져 오히려 ‘독(毒)’이라는 지적이다. 3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의 80여개 자사주 매입 기업 중 45개 기업을 표본 추출한 결과 자사주 매입 공시부터 완료까지 주가가 코스피 지수보다 8.9%포인트 더 올랐다. 또 자사주 매입 완료 시점에서 6개월 뒤까지는 27.6%포인트, 두 기간을 앞친 전체로는 42.0%포인트의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혁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사주 매입 기업 가운데 수익률이 좋은 종목은 평균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상대적으로 높고 평균 주가이익비율(PER)은 낮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사주 매입은 약세장에서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높일 수 있고 강세장일 경우 유통물량 감소로 인해 주가 움직임을 탄력적으로 만드는 등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모든 기업들의 주가에 호재는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재원이 부족한 기업이 능력 이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반짝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단기적으로 주가는 안정되지만 장기적으로 현금 흐름 악화, 매물화 우려 등의 부담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락장에서는 주가 안정 효과가 거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 4~5월 자사주 취득을 시작한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곳의 주가는 평균 15.76%나 떨어졌다. 이는 코스피 지수 하락률 12.9%보다 3%포인트 가량 더 크다. 삼성전자ㆍ포스코 등 해당 기업의 실적 전망이 나빴던 데다 하락장에서 자사주 취득이 외국인이나 기관들의 차익 실현의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의 상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때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항상 따라온다”며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외국인이 매수 전환 및 매도 완화의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주 매입 기업에 대해 “현금 창출 능력과 펀더멘털이 우수하고, 이익 소각 목적이거나 대주주 지분이 높은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컸다”며 “특히 인수ㆍ합병(M&A) 방어용일 경우 주가 급등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유가증권시장의 유망 종목으로 삼양제넥스, 현대H&S, 오뚜기, 농심, 광주신세계, 현대산업, 유한양행, GS건설, 빙그레, 강원랜드 등을 꼽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휴맥스, 다윈텍, 나노하이텍, 태광, 테크노세미켐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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