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南北대화' 속도 빨라질듯

北 '임진강 참사' 유가족에 조의 표명<br>양측 "회담 이어갈 필요 있다" 공감대 형성<br>北核 진전 없으면 겉핥기식 가능성도


북한이 14일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회담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함에 따라 남북 당국 간 대화의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26~28일 금강산에서 추석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이 열리기는 했지만 남북 당국 간 정식 회담은 7월2일 개성공단 3차 실무회담을 끝으로 세 달 이상 열리지 못했다. 그동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열고 이어 8월21일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을 계기로 북한 특사단이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남북 당국 간 공식 대화의 물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최근 남북 대화 경색 국면은 북한이 5월 핵실험 이후 겉으로는 국제사회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남측에는 대화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한반도 이슈의 핵심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발자국도 양보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우리 정부로서는 핵 문제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기 전에는 대북전략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북측의 구체적인 고위급 대화 제안이 있기 전에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 왔다. 여기에 9월6일 임진강 참사까지 발생하고 북측이 유감 표명 없이 댐 수위가 높아져 긴급 방류하게 됐다는 통보만을 보내면서 남북 관계는 한층 더 복잡한 기류에 빠졌다. 그러나 이번 임진강 수해방지와 관련한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남북은 꺼져가는 대화의 불길을 되살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에서는 남북 양측이 서로 다른 이유에서라도 회담을 이어갈 필요를 공감한 점이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북측은 최대 관심사인 북미 양자 대화를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남북 대화의 흐름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16일 열릴 적십자회담의 경우 쌀과 비료 지원 등 인도적 대북 지원을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정책이 제재보다는 협상 국면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북측과 최소한의 대화 흐름은 이어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그동안 밀린 과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듯 이번 회담에서 빠른 진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관계의 핵심 사안인 북핵 문제에 구체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는 남북 대화가 겉핥기 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북측으로서는 김 위원장이 현 회장과 약속한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를 앞으로 열릴 회담의 의제로 삼을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북측이 핵 폐기와 관련해 보다 진전된 의지를 천명하고 분명한 6자회담 참가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한 남북 협력의 가속 페달을 밟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8월 이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평양 초청과 현 회장의 방북 등으로 대외전략에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핵 폐기 사안에서 진정성 있는 변화 의지가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남북 추가 회담이 진행될 경우 북측의 진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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