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는 한나라 현토군 관할하의 중국 소수민족이며, 기원전 37년 정권을 수립한 후에도 동한, 위진, 남북조, 수ㆍ당에 이르기까지 줄곧 중원 왕조에 예속된 소수족 지방정권이다." 최근 한ㆍ중간에 촉발된 신경전의 배경인 중국 동북공정 연구논문의 일부다. 동북공정은 중화사상에서 비롯된 중국의 야망으로 주변 아시아 국가의 역사적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로까지 비약하고 있다. 20세기 왜곡된 동아시아 역사 바로잡기를 시도한 역사이론서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교수인 저자는 독도문제, 작전통제권 환수 등 최근 국내에서 대두되고 있는 사건들의 배후에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왜곡된 역사 교육과 이를 통해 정립된 그릇된 역사관이 깔려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우리의 역사관에 한국과 아시아가 없는 이유를 네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서구열강에 의한 '유럽중심주의' ▦일본인이 창안한 '낙후된 동양주의' ▦이분법적 냉전사관 ▦중국을 유일한 문명이라고 간주했던 중화주의가 그것이다. 한국에서 정규교육을 받은 지성인이 세계사를 논할 때 그리스ㆍ로마사 등 유럽중심의 역사를 먼저 떠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다. 저자는 아시아 역사가 잘못 정립되는 과정을 지적하며 사료로 풀어내고 있다. 구체적인 예는 이렇다. 중국인이 서울을 한청(漢城)으로 표기해 온 이유는 뿌리깊은 중화주의에서 비롯됐으며, 베트남 전쟁은 서구 제국의 힘과 명분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의 곤경을 증폭시킨 사례로 들었다. 유럽인들의 성공적인 산업혁명이 중세 아시아의 역사까지 미개한 것으로 폄하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전후사정에 대한 설명없이 아편전쟁ㆍ태평천국ㆍ양무운동 등 사건만 열거하는 방식의 역사교육은 역사적 변화의 인과관계를 해석하고 역사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역사교육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책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뉜다. 20세기 중국혁명이 한반도와 베트남 현대사에 미친 영향을 담은 '20세기 중국:혁명의 의미를 다시 묻다', 중ㆍ일ㆍ미 3개국의 제국논리가 상호 결합해 아시아 지역 곤경이 심화됐다는 '중화의 논리, 제국의 논리:동아시아의 곤경', 그리고 20세기 동아시아가 왜 서방국가들에게 뒤지게 됐는지를 설명하는 '비교의 지역사:동아시아를 위한 변호' 등이다. 책의 제목 '환호 속의 경종'은 러일전쟁 당시 소수 지식인들의 작은 외침에서 착안했다. 당시 대중들은 동양평화를 지키겠다며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명분에 환호했으나, 지식인들은 일본의 제국주의 본심을 꿰뚫고 '경종일보'를 발행해 일본을 비판했다. 저자는 "동아시아가 처해있는 곤경은 일차적으로 중화논리와 제국논리에서 비롯됐지만, 우리 안에는 아직도 '환호'의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며 "스스로의 개선을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경종'이 필요한 시기"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