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회용 쇼핑백 규제 흐지부지

시행 2년만에 장바구니 사용률 20%로 급락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을 막고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지난 99년 2월 도입된 1회용 비닐봉투ㆍ쇼핑백 사용규제가 시행된 지 2년만에 흐지부지 되고 있다. 단골고객의 눈치를 보는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대형 백화점마저 돈을 받고 팔게 돼있는 쇼핑백을 무상으로 나눠주다 과징금을 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시행초기 60%를 웃돌던 장바구니 사용률이 지금은 20%대 초반으로 곤두박질, 제도의 도입취지 자체가 무색한 상태다. ◇법따로 시행따로=29일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단지내 한 슈퍼마켓. 주인은 휴일을 맞아 꼬마손님들이 골라온 과자를 1회용 비닐봉투에 담기에 바빴다. 물건이 여러 개인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손으로 들고 갈 수 있는 과자 한봉지까지도 비닐봉투에 담아 보냈다. 물론 봉투값을 따로 받지는 않았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서울시가 분기별로 실시한 단속실적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해 서울시가 단속한 판매시설 1,448곳 가운데 20%가 넘는 336개의 위반업소가 적발됐다. 4월에는 640곳 가운데 1170곳이 쇼핑백을 무상으로 나눠주다 적발됐고 7월에는 310곳중 75곳, 9월에는 290곳중 63곳, 12월에는 208곳중 28곳이 단속에 걸렸다. 여기에 25개 구청이 단속한 숫자를 합치면 지난해 서울시 전체에서 적발돼 이행명령을 받은 업체수는 533개에 달한다. 장바구니 사용률도 급격하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99년 시행초기 60%를 웃돌던 서울시내 유명백화점의 장바구니 사용률은 평균 20%대로 주저앉았다. 환경운동연합 '주부환경지킴이'가 지난해 10월 백화점의 슈퍼마켓에서 출구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본점이 30%, 이마트가 27%에 머물렀고 롯데 관악점은 23%, 뉴코아는 10%에 그쳤다. ◇왜 흐지부지 되나=이처럼 1회용 쇼핑백 규제가 유명무실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들의 미약한 환경보호의식에 있다. 현재 대형 백화점에서는 비닐봉투는 20원, 종이쇼핑백은 100원을 받고 있지만 시민들은 20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있다. 서울 대형 백화점의 쇼핑백 환불 판매대에서 근무하는 정모(25ㆍ여)씨는 "돈을 주고 쇼핑백을 산 뒤 환불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10명 중 2명도 채 안된다"고 말했다. 쇼핑하러 나온 고객들이 쇼핑백을 쉽게 구입하지만, 환불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이 때문에 유통업체의 쇼핑백 회수율은 고작 10%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의 감시인력 부족도 문제다.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단속이 따라줘야 하지만 일선 시ㆍ군ㆍ구의 단속인력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일년에 몇 번 시민단체들과 반짝 단속을 나서는 것이 고작이다. ◇"제도개선"목소리 높아=환경부는 위반업소에 대해 3개월간의 이행명령 대신에 바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민단체들은 1회용 쇼핑백 가격을 대폭 올리고 장바구니 이용고객에 대한 인센티브를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 협의회(쓰시협)' 김미화 사무처장은 "독일의 경우 쇼핑백 가격이 300~500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제대로 정착이 돼 있다"며 "우리는 가격이 너무 싸기 때문에 시민들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구희숙 환경운동연합 주부환경지킴이 회장은 "장바구니 이용고객에 포인트를 적립해 선물을 주는 등의 인센티브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철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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