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연방정부 셧다운(정부폐쇄) 등의 여파로 올 4ㆍ4분기에 소프트패치(경기회복기의 일시적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 미 경제회복을 이끌던 부동산ㆍ제조업ㆍ소비 등의 상승탄력이 일제히 둔화되며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28일(현지시간) 전체 산업생산의 75%를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지난 9월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간신히 마이너스를 면한 수준으로 전달치(0.5%), 시장 예상치(0.3%)를 모두 밑돌았다. 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지만 경기침체 탈출의 원동력이었던 제조업 경기가 냉각되고 있는 셈이다.
비록 9월 산업생산이 0.6%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 0.4%를 웃돌았지만 기온상승으로 전력업 생산이 무려 4.4%나 급증한 데 따른 착시효과로 풀이된다. 피터 단토니오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취약한 국내외 수요와 재고감소 등이 제조업 위축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유럽 등 해외 경제가 아직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셧다운 사태가 10월1~16일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이달 제조업 생산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시장 회복세도 둔화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이날 9월 잠정 주택매매지수가 전달보다 5.6% 하락해 101.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0.3%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2010년 5월의 28.9% 이후 40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9월 지수 역시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NAR는 "30년물 모기지 금리가 3월 평균 3.54%에서 9월 4.49%로 급등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7~8월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제조업ㆍ부동산시장 등이 부진하면서 일자리ㆍ소비 등도 덩달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IHS의 나리먼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체 등이 9월부터 신중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미 경제가 4ㆍ4분기에 셧다운발 소프트패치 국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10월 들어 주요 경제지표가 이상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시간대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3.2로 추락하며 전월치(77.5), 시장 예상치(75.0) 등을 모두 밑돌았다. 또 10월 마킷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51.1로 2012년 10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생산지수는 49.5로 4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인 50을 밑돌았다. 나로프이코노믹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 급등, 정부 셧다운 사태가 미 경제를 강타하며 경기회복세에 김이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투자은행(IB)들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속속 내리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아네타 마르코스카 이코노미스트는 29일 "셧다운 사태가 소비 등의 모멘텀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올 3ㆍ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연율 기준)에서 2.3%로 내리고 4ㆍ4분기도 3.6%에서 3.0%로 하향 조정했다.
또 로이터에 따르면 올 4ㆍ4분기 미 GDP 전망치는 9월 조사 때 평균 2.5%에서 11일에는 2.3%로 하락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미 4ㆍ4분기 GDP 전망치를 3.0%에서 2.4%로 내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연준의 출구전략 예상시점도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CNN머니는 이날 양적완화 축소가 일러야 내년 3월, 늦으면 내년 6월이 될 것으로 월가가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 29~30일 열리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출구전략 시기를 시사할 때 극도로 신중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미 경기 회복세가 올 4ㆍ4분기에 둔화하겠지만 내년부터는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마르코스카 이코노미스트는 "예산긴축 등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더라도 미 경제는 올 중반 변곡점을 찍고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