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증시 블랙먼데이 재현… 배경과 전망

◎사상최대 낙폭… “악몽의 기습”/“거품해소 위한 조정국면… 곧 반등” 낙관론 우세/클린턴 “추가 폭락땐 자금동원 지지” 대응 준비【뉴욕=김인영 특파원】 10년만에 재현된 뉴욕증시의 「블랙 먼데이」는 「홍콩 독감」이라는 외적 요인보다는 뉴욕 증시 「이상 과열」이라는 내적 요인이 더큰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이 월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주가가 기업 이윤 증가율보다 빠른 속도로 달아올라 조정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홍콩 사태가 그 거품을 걷어내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것. 증권전문가들은 다우주가지수가 그동안의 과열상승으로 10∼15% 과대평가돼 있다고 분석, 언젠가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전망했었다. 과열 증시에 찬물을 끼얹은 결정적인 요인은 물론 홍콩 주식폭락이었지만, 미―일 무역분쟁 악화, 연준리(FRB)의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도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월가는 일단 이번 폭락을 「붕락(crash)」이 아닌 「조정(correction)」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머 현재 미국 경제는 7년째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유리한 상황이므로 거품만 걷히면 곧 주식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조정의 적정선이 어디인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주가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미 최대증권회사인 메릴린치사는 증시 조정을 위한 구체적인 적성선을 내놓지 않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밝혔다. 리만 브러더스사는 홍콩 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주가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았고, 오펜하이머사는 당분간 주가가 7천대를 중심으로 6천2백과 8천 사이를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사태는 아시아 증시불안 등 외부요인에 의한 일시적 투자심리 위축 탓이므로 곧 충격을 수습하고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들은 주가 폭락이 현재의 미국 경제호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아시아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 심리도 조정기를 거치면서 사그라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이날 미행정부는 조용하면서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하오 주식시장이 급격히 냉각되자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으로부터 사태진전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마이크 매커리 백악관 대변인은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경제 기반이 강력하다는데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으며, 주식시장의 사태 진전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루빈 재무장관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한 직후 금융정책 주요 관계자들과 대응책을 협의하기 시작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루빈 장관은 하오늦게 기자회견을 갖고 『FRB, 증권거래위원회(SEC), 금융시장 핵심인사들과 함께 하루종일 증시 상황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미금융당국은 앞으로도 주가가 하락할 경우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이날 사용한 일시적 거래정지라는 안전장치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시가 붕락의 위기로 치달을 경우 비상의 수단을 쓸 준비는 돼 있다. 지난 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미국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재무장관, FRB 의장, SEC 위원장등 금융계 수장들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6주에 한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이 팀은 위기의 순간이 다가올 경우 돈을 풀어 투매현상을 진정시킨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증시 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확보하고 있는 뮤츄얼펀드(투자신탁), 증권회사에 돈을 풀 것을 권고하고 금리 인하를 통해 자금흐름의 애로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금융 사령탑은 이러한 극약 처방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들은 루빈 장관이 주가 폭락후 밝혔듯 미국 경제 기반이 강하기 때문에 급격한 주식시장 붕괴는 없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사태의 전개를 예의주시하는 선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오는 29일 의회 양원 합동 위원회에서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증언을 하게 돼 있다. 그린스펀은 10년전 주가 붕락때에 취임, 증시를 회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날 증언에서 금리를 당분간 인상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스펀은 지난해 12월 이후 정교하게 다듬어진 발언을 통해 주식시장의 투자심리를 움직여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주식투자자들의 투매 심리를 진정시키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증권가는 FRB가 오는 11월 12일에 있을 금리결정회의(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87년사태와 무엇이 다른가/월요일 엄습·지수낙폭 사상최대치 흡사/87년은 경기하강세… 지금은 상승국면 이번 뉴욕주가 대폭락사태는 10년전인 87년 10월19일의 「블랙 먼데이」와 상황이 흡사하다. 둘다 월요일에 뉴욕증시를 엄습한데다 하락폭이 발생 당시 사상최대치을 기록했다. 폭락에 앞서 홍콩등 일부 국가의 주가가 폭락했고 지난 87년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나 현 클린턴대통령이 『미국경제는 건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유사성을 과대 평가할 경우 이번 폭락의 실상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87년의 하락폭 22.61%와 비교할때 이날의 하락폭은 7.18%에 불과, 폭발성이 적다는 것.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수준이 87년보다 4%포인트나 낮은 데다 내재가치대비 주가가 크게 과대평가되지 않은 점등에서 다르다고 강조한다. ★표참조 무엇보다 현재 미경제 사정이 87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시절 미경제는 막대한 무역 및 재정적자로 침체에 시달렸다. 반면 일본은 저유가등에 힙입어 무역흑자가 1천억달러를 넘어서 세계경제가 「동고서저」로 재편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뉴욕증시 대혼란을 수습하는데는 일본이 절대적인 기여을 했다. 막대한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미 주식을 대량 매입, 세계증시 동반폭락의 방파제 역활을 톡톡히 해준 것. 하지만 지금 미·일양국의 경제사정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미경제는 7년째 경기호황이 지속되고있는 반면 일경제는 7년째 침체를 면치못하고있다. 미국의 재정 및 무역적자는 크게 줄어들었다. 일본이 구원투수 역할은 커녕 당장 동경증시의 동요수습에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의 도움이 아쉬운 실정이다. 증시자체로 보면 뮤추얼 펀드의 규모가 지난 87년 당시보다 두배에 가까운 53%에 달할 정도로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높고 마이크로소프트사등 정보통신등의 종목들이 거래의 주종을 이루고 있어 증시기반이 훨씬 견고하다는 평가다. 지난 87년과는 달리 뉴욕증시가 길어야 수주만에 충격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도 이 때문이다.<문주용 기자> □87년과 97년 블랙먼데이 비교 구분 87년 97년 발생일시 10월19일 10월27일 직전최고가 2,722,42 8,259,31 하락폭 508 554.26 하락률 22.61% 7.18% GDP성장률 4.3% 3.6% 무역적자 1,560억달러 1,142억달러 재정적자 2,200억달러 1,271억달러 실업률 5.7% 4.9% *무역 및 재정적자는 전년도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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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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