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휴가 기간에 고적답사를

1인당 국민소득 918달러(2004년)인 북한 사람들에게 휴가가 있으랴마는 1만6,000달러가 넘는 우리는 주5일 근무제에다, 연가가 있으니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조상께 성묘를 하거나 박물관에서 휴가를 보내자는 제안에 이어 국내 곳곳에 자리한 고적을 찾아가는 휴가계획을 생각해본다. 산이나 바다로 휴가를 가더라도 잠깐 시간을 내어 그 지방의 볼 만한 고적을 찾으면 더 보람 있는 휴가가 될 것이다. 현재 사는 곳의 고적도 일상생활에 쫓기고 무관심하게 지내다 보면 찾아볼 만한 곳을 평생 잊고 산다. 조석으로 바라보는 남산을 언제 올라보았는지 기억이 없다. 어디 남산뿐인가 창경궁이나 종묘, 백제 유적인 풍납토성도 마찬가지다. 나는 젊어서 산과 문화재를 좋아하는 기자 출신의 한 후배와 더불어 주말에 고적답사에 흠뻑 빠진 적이 있다. 처음에는 당일치기로 여주 신륵사 주변, 공주 갑사 마곡사, 서산 마애불과 보원사지, 원주 거돈사지, 충주 빈신사지, 천안 봉선사지, 강화 포대 등을 찾는 재미가 좋았다. 전북 선운사, 금산사, 전남 송광사, 대흥사 등 사찰과 부안과 강진의 청자 도요지, 광주 금사리, 분원리의 백자 도요지 등 많은 곳을 휴가 때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찾아다니며 옛 문화의 향취를 마음껏 즐겼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박연회에서는 25년 넘게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씩 전통문화를 학습하러 박물관과 고적답사를 다닌다. 근래에는 국내 도요지와 외국의 문화재 답사로 이어지고 있다. 오사카의 동양 도자 박물관, 교토의 광릉사 반가사유상, 나라의 동대사도 볼 만했다. 베이징의 고궁 박물관, 시립박물관을 보러 갔을 때는 인류의 3대 발상지로 베이징원인(北京猿人)이 생활했던 주구점(周口店)을 답사했다. 여행사 직원도 처음이라는 원시인이 생활하던 옛터를 찾아가는 짜릿한 맛은 가본 사람만이 안다. 전국토가 박물관이라고 예찬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수백만부가 팔렸다. 책으로만 읽을 것이 아니라 책을 들고 답사계획을 짜서 돌아보면 우리 문화의 찬란함에 긍지를 갖게 된다. 들판이나 두메산골 외딴곳에 1,000년 넘게 외롭게 서 있는 석탑을 찾아가서 탑의 생김새를 메모지에 기록해보는 즐거움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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