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경포커스] 국제수지 흑자기조 흔들

대외 잇단 악재속 위기의식 퇴조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대외적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도 위기의식의 퇴조, 정부의 안이한 경제운용 등으로 국제수지 흑자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올들어 국제유가 급등, 엔화약세, 국내 경기회복에 따른 수입급증 등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여행수지도 적자로 반전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한 사치성 소비재수입, 해외여행은 봇물터지듯 늘면서 과소비 풍조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벤처와 코스닥 열기를 과대평가하는 정책운용으로 경제에 거품을 불어넣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개드는 고소비 풍조=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중산층이 빈약해지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신부유층을 중심으로 과소비 풍조가 번지고 있다. 그러나 환란은 까마득한 과거의 일로 잊혀지고 경제는 정상궤도에 들어섰다는 자만심이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 중소 자영업자는 『경기회복의 느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빈익빈 부익부의 격차만 벌어지는 느낌』고 토로한다. 부유층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백화점은 매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재래시장이나 일반 상점들은 찬바람만 맞고 있다. 대형백화점의 명품코너는 요즈음 최대 호황을 누린다. 「루이뷔통」「까르티에」 등 수입 명품코너에서는 핸드백 하나가 100만원, 양복정장 한벌이 200만원을 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고급 룸살롱이나 특급호텔에서 한병에 40만원 가량에 팔리는 「시바스 리갈」 18년산, 「밸런타인」17년산 등 수입 프리미엄 위스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주말에는 필리핀·타이 등 동남아로 골프를 치러 나가는 출국자들로 공항이 북새통을 이루고 추석과 설·연말연시 등 연휴에는 동남아나 유럽행 비행기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골프용품·승용차·VTR·가구 등 호화 사치성 수입도 급증, 지난 1월 중 소비재 수입은 7억3,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42% 늘었다. 「해외로, 해외로」의 열풍은 당연히 관광수지를 큰 폭으로 축소시키면서 여행수지(유학경비 포함)를 마이너스로 돌려놨다. 지난 1월 중 관광수지는 불과 200만달러 흑자(99년은 23억9,000만달러 흑자)로 적자반전을 가까스로 면했고 유학경비를 포함한 여행수지는 IMF 직전인 97년 10월 이후 27개월 만에 4,5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 역시 올해 관광수지가 흑자로 축소돼 서비스 수지가 23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흔들리는 국제수지 흑자=정부의 올해 경상수지 흑자 목표는 120억달러이다. 서비스 수지에서 23억달러 적자, 소득·이전수지에서 27억달러 적자를 기록하지만 상품수지에서 170억달러 흑자를 기록, 전체적으로 12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다는 목표이다. 그러나 이같은 흑자목표에 빨간 불이 켜졌다. 무역수지를 보면 1월 중 4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월들어서도 15일까지 1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 적자폭도 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2월 중순 이후 수출이 증가하면서 2월 중 무역수지가 11억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하고 연간으로도 120억달러 흑자목표를 맞출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흑자목표는 이미 틀어지고 있다. 2월 중 정부의 무역수지 흑자계획은 15억달러였다. 예상치에서 벌써 4억달러나 줄어든 것이다. 또 정부는 2월 중 11억달러 흑자를 전망하면서도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책임이 크다. 벤처와 코스닥 열풍을 마치 경제의 전부인 양 과대평가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낙관론에 빠져들었고 경제의 펀더멘먼털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을 비롯한 주식시장만 해도 자금이 몰려들면 단기적으로 활황 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역수지를 비롯한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으면 어느 순간 외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자칫하면 외환위기마저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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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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