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청와대 "안심번호제 졸속합의" 김무성 "오늘까지만 참겠다"

■ 공천룰 놓고 靑·친박 vs 김무성 정면충돌

靑 민심왜곡 등 '5불가론' 제기·친박 "친노 공천룰" 공세

金 "靑과 상의할 일 아냐… 당 대표 모욕하지 말라" 맞서

의총, 공천룰 논의할 기구 만들기로 하고 결론없이 끝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3시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


한 손에 아이스커피를 들고 회의장에 들어서는 김무성 대표는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짓는 것으로 보였다. 친박계와 뜻을 같이하고 있는 원유철 원내대표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김 대표는 야당 대표와 담판해 반전 승부수를 던졌지만 청와대와 친박은 오히려 이를 계기로 김 대표를 포위했다. 자칭타칭 미래 권력으로 불리던 여당의 대표가 여당 의원들에 의해 현재의 권력 앞에 무릎 꿇려지는 모습까지도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자신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합의한 '안심번호제 국민공천제'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자는 취지 아래 합의했다"면서 "이는 새정연만의 기법이 아니라 지난 2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이라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대통령 출장 중 청와대와 상의 없이 합의했다는 친박의 주장에 대해서도 회의 후 기자들에게 "이것(안심번호)은 단순한 기법상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하고 상의할 일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친박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심번호제는 문제가 많은 제도"라며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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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점심 시간께가 되자 청와대까지 본격적으로 김무성 공격에 가세하며 분위기는 친박계 우세로 흘러갔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가 기자실에 들러 '5대 불가론'을 펴며 안심번호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이 순식간에 정리됐다. 이 시간 서청원 최고위원과 친박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의원총회를 앞둔 대책회의를 열었다. 설로만 돌던 '친박 대공세'를 청와대의 사인을 신호로 실행에 옮기기로 한 것. 공교롭게도 김 대표는 친박이 모인 바로 그 식당의 다른 방에서 측근들을 만나 마지막 한 수가 있는지를 고민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새누리당 의총이 열리기 몇 시간 전 "김 대표가 당 내부의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졸속으로 합의했다"며 작심 비판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공천 룰 문제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은 민심왜곡·조직선거·세금공천 등이 우려된다"며 5가지 불가 이유를 댔다. △역선택을 차단할 수 없고 △민심왜곡을 막을 수 없으며 △전화 여론조사 응답률은 2%도 안 되고 △인구 수가 적은 곳에서는 안심번호에 동의한 유권자가 노출되기 쉽고 △선관위의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 것이 청와대가 안심번호제를 우려하는 이유다.

이날 새누리당 의총이 김 대표의 완패 분위기로 흐름에 따라 김 대표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승민 다음은 김무성'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던 것과 같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결국 김 대표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김 대표가 민심과 명분을 얻었다는 시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청와대의 불가론은 사실 억지이고 결국 상향식 공천제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됐다"면서 "김 대표는 명분을 얻었기에 져도 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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