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자부] 외자유치 패러다임 바꾼다

그동안 금융·산업정책의 외곽에 있던 외국인투자유치가 코어(중심축)로 진입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정덕구(鄭德龜)산업자원부 장관이 최근 청와대에서 개최된 30대그룹 대표간담회에서 『외환위기 극복 여부와 상관없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국내 산업구조 고도화의 중심축으로 활용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정부의 FDI정책의 패러다임이 크게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외환위기는 세계화, 개방화의 위력을 실감나게 해줬다. 그럼에도 FDI는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보자는 위기감에서 촉발됐고 FDI가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치밀한 검토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져 온 게 사실이다. 외환위기직후부터 FDI는 국내 산업과의 연계성이 차분하게 검토되고 장기적인 플랜이 정립된 상태에서 추진됐어야 마땅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외자유치가 국가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 지 아니면 부정적 효과를 가져와는 지의 파급효과를 짧은 기간내에 판단하기는 무척 어렵다. 한 나라의 시장경제시스템에 따라 외자유치의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미국자본이 대거 들어가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등 중남미국가들의 경우 FDI로 인한 혜택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중남미국가들은 FDI가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시장의 폐쇄성에 있었다. 미국자본이 중남미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림에 따라 경쟁을 촉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FDI를 산업정책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외환위기이후 외국인투자를 받아들인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데서 크게 고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자유치 성공 기업 = 산자부가 노리는 FDI의 효과는 1석5조다. 안정적 외자도입과 생산및 고용창출, 첨단기술·경영기법 이전,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국제수지 개선이 그것이다. 외환위기이후 외자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은 이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한화그룹의 경우 비핵심사업을 매각해 지난 97년 1,214%에 달하던 부채비율을 183%선으로 크게 낮췄다. 한솔제지도 전주공장과 상해공장을 매각해 부채비율을 대폭 낮출 수 있었으며, 대상의 경우 라이신사업을 매각해 매매차익으로만 7,000억원을 챙겼다. OB맥주는 외자를 유치해 외형위주로 편향되어 있던 사업구조를 수익성위주로 전환시킨 케이스다. 또 한라공조는 포드자동차의 지분을 끌어들여 경영을 혁신했으며 삼성중공업 역시 볼보코리아를 끌어들여 경영을 선진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LG는 LCD사업에 필립스를 끌어들여 지난해 협상가격인 8∼9억달러보다 2배에 가까운 16억달러를 유치했다. 벤처기업인 로커스는 액면가의 20배수준에 쟈딘플레밍 일렉트라로부터 1,600만달러를 끌어들여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산업정책과의 연계가 관건 = 기업 입장에서는 외환위기이후 끌어들인 외자가 위기극복에 큰 힘이 됐다. 그러나 FDI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재정경제부와 산자부는 그동안 이뤄진 FDI가 국내 기업에도 좋고 외국인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형태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FDI를 산업정책과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연계시키느냐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화시대에 FDI는 불가피한 조류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외자유치를 보고 마치 빚을 갚기 위해 문전옥답이라도 판듯, 국부유출이라도 된 듯 두려워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 발상이다. FDI의 실패로 90년대 중반이후 개방화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중남미의 사례는 이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장윤종(張允鍾)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난 95년이후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중국, 베트남, 태국등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기술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FDI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국인투자기업을 국내에 착근시키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하며 전체 산업에 시너지효과를 줄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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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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