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이 달라진다] 저축기능 없는 종신보험 주류 부상

저금리 장기화 되면서 규모키우기 전략 탈피2001년 하반기, 보험이 달라지고 있다. 각종 위험을 담보하는 '보험'이 달라진다는 것은 보험사, 그리고 보험사에서 개발되는 상품 모두가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십여년간 틀을 깨지 못했던 '한국형 보험산업'은 최근 시험대에 올라있다. 보험의 원론에 충실하지 못한 채 규모 키우기에만 급급했던 생보사들은 올해들어 '역마진'이란 복병을 만났고 이에 따라 보험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결국 저축기능이 없는 보장성 상품, 그 중에서도 종신보험이 주류를 이루게 됐으며 종신보험도 금리변화에 따른 위험을 제거한 상품이 등장하게 됐다. 물론 불의의 사고에 대한 대비수단의 기능에는 결함이 없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이밖에도 보험상품의 변화는 다른 요인으로도 촉발됐다. 저금리 구조가 장기화되면서 고객들은 새로운 투자수단을 요구하고, 금융업종간의 경쟁은 더욱 격화되면서 보험사들은 고객들의 구미에 맞는 경쟁력 있는 상품 개발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의 변화는 '보험'의 다양성과도 직결된다.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고객의 몫이다. ◆ 역마진 우려 금리위험 해소 상품 개발 생보업계의 주력 상품이 변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역마진'때문이다. 납입한 보험료를 받아 운용한 수익률보다 고객에게 지급을 약속한 예정이율이 낮아 발생하는 역마진이 국내 생보업계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난해부터 급속히 확산됐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의 평균 예정이율과 총자산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97년 10.1%와 9.1%, 98년 10.1%, 2.7%, 99년 8.5%, 6.7%, 2000년 7.8%, 4.7%로 4년째 역마진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생보사의 손실규모는 올해 1조5,000억원, 2002년 8,100억원, 2003년 5,700억원, 2004년 3,2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역마진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자산수익률을 높이거나 예정이율을 낮추는 것 외에는 없다. 그러나 최근의 증시상황과 채권금리를 감안하면 자산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생보사들은 예정이율을 낮추거나 예정이율을 아예 없애는 방법을 선택했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올초를 전후해 모두 금리 연동형으로 전환됐고 하반기 들어 종신보험을 필두로 보장성상품의 금리체계까지 달라진 것이다. 6.5% 수준에 달하던 종신보험의 금리를 5% 안팎까지 떨어뜨려 금리 부담을 줄이거나 실세금리에 연동하는 새로운 개념의 종신보험이 등장했다. ◆ 예정이율 인하와 금리연동형 출시 가장 먼저 종신보험의 보험료를 내린 곳은 외국계 생보사인 라이나생명. 라이나생명은 지난 8월부터 예정이율을 6.5%에서 4.5%로 파격적으로 내린 보장성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어 대한생명이 최근 예정이율을 5%로 낮춘 '대한종신보험'판매에 들어갔으며 교보생명도 예정이율을 인하한 종신보험 판매에 착수했다. 이밖에 중소형사들은 아직 6.5% 금리를 지급하고 있으나 조만간 금리 인하는 전업계로 확산될 전망. 생보업계 리딩 컴퍼니인 삼성생명은 다른 생보사와는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예정이율을 인하하지 않는 대신 실세금리에 따라 적용이율이 바뀌는 금리연동형 종신보험을 출시한 것이다. 회사의 금리 리스크를 고객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향후 시중 금리가 오르게 되면 보험료에 대한 적용이율도 같이 오르기 때문에 종신보험과 같은 장기상품에는 유리한 측면도 적지 않다. 특히 업계를 주도해 온 삼성생명이 종신보험이외에 건강보험 등 다른 보장성 상품으로까지 변동금리 적용을 검토하고 있어 이 같은 보험상품 금리체계의 전환이 다른 생보사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앞서 푸르덴셜, 메트라이프 등 외국계 생보사와 대한, 교보 등 국내 대형사는 변액종신보험 시판에 들어갔다. 변액종신보험은 보험업계 최초의 간접투자형 상품으로 재산증식을 노리는 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 소비자 보험에 대한 인식 변해야 이제까지 고객들은 보험을 저축 상품으로 '오해'해 왔던게 사실이다. 물론 이런 그릇된 인식은 국내 생보사들의 왜곡된 마케팅 전략에 기인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험상품으로 목돈을 만들자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보험이 '만일의 위험을 담보하는 경제적 대비 수단'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종신보험 예정이율을 모든 생보사가 내려 보험료가 15% 가량 인상될 전망이기 때문에 종신보험 가입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은 빨리 가입하는 것이 좋다. 또 같은 종신보험도 확정금리형, 변동금리형, 변액종신 등 여러 형태로 나눠지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의 세심한 판단이 요구된다. 어떤 종류의 종신보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망보험금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 보험가입 전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보험을 통해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고 싶다면 수익률 상승으로 기대이상의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는 변액종신보험이 유리하다. 박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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