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식지 않는 특정금전신탁 인기

동양·kt ens 사태로 대규모 손실 불구

'시중금리+α' 수익 매력에 투자 줄이어

한도 5000만원 규제도 무산돼 증가세 지속


지난해 동양 사태의 핵심원인으로 지목돼왔던 특정금전신탁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해 9월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와 올해 3월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들 기업의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을 편입했던 특정금전신탁에서 대규모 손실이 났지만 저금리에 지친 개인들은 대다수 특정금전신탁이 '시중금리+α' 수익을 제시하자 리스크를 무릅쓰고 투자하고 있다. 때마침 특정금전신탁 최소 가입 한도를 5,000만원으로 규제하려던 금융위원회의 계획이 최종 무산되면서 특정금전신탁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특정금전신탁에 대해 불완전판매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특정금전신탁(은행+증권+보험 포함) 규모는 2013년 9월 221조2,225억원에서 2014년 3월 현재 248조9,191억원으로 6개월 사이에 12.2% 늘어났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같은 기간 110조3,317억원에서 126조5,987억원으로, 은행은 109조2,428억원에서 120조4,542억원으로 증가했다.


특정금전신탁은 투자자가 돈을 굴리는 방법을 지정하면 은행 등 금융사가 이를 운용한 후 보장한 수익률만큼을 되돌려주는 상품이다. 다만 일반투자자의 경우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금융사가 먼저 투자 구조를 설계한 뒤 투자자의 동의를 얻는 경우가 많다.

매년 20%씩 성장하던 특정금전신탁은 지난해 9월 위기를 맞았다.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들 회사채나 CP·전자단기사채를 편입했던 특정금전신탁 상품에서 대거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kt ens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을 편입했던 신탁상품에서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특정금전신탁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사랑은 그치지 않고 있다. 리스크가 일부 있지만 만기가 3개월에서 1년으로 짧고 연 3~5% 수준의 수익을 약정하는 특정금전신탁만큼 매력적인 상품이 시중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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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건설사 ABCP를 편입한 특정금전신탁이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데 수익률은 ABCP의 신용등급이 'A1'일 경우 대개 연 3%대 중후반, 'A2'는 연 4%대 중후반의 이자를 준다.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하는 주가연계신탁(ELT)도 특정금전신탁의 일종인데 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 등이 연 4~7% 수준의 수익이 날 수 있도록 설계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 삼성 SDS 상장 기대감으로 장외시장 종목에 투자하는 사모형 특정금전신탁도 인기다. 편입한 종목의 신용등급이 강등당하거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데도 투자자들이 '시중금리+α'를 노리고 돈을 넣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특정금전신탁의 최소 가입 한도를 5,000만원으로 규제하려던 계획이 좌절되면서 시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동양 사태의 주범으로 특정금전신탁을 지목하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 가입금액을 5,000만원으로 제한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지난달 규제개혁위원회가 최종 철회를 권고했다.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과잉 규제이며 투자 가입 한도 제한이 투자자보호에 적합한 수단인지 논리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특정금전신탁의 최소 가입 규모는 상품별로 천차만별이지만 1,000만~2,000만원 수준의 가입자 비율이 상당 부문을 차지한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융위의 시행령이 통과될 경우 특정금전신탁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있었는데 규제 도입에 실패하면서 특정금전신탁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특정금전신탁 시장에 대한 규제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특정금전신탁 시장 규모가 25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는데 사실상 규제할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은행이나 증권사들은 주수익원인 특정금전신탁 규제에 반대하고 있지만 언제 제2의 동양 사태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단속과 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판매하는 데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 은행과 증권사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전수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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