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민들 물가고에 허리휘고 빚은 눈덩이

이달들어 물가 5.9%올라 내달에 택시료등 인상대기"남편 월급은 오를 줄 모르는데 물가는 치솟고. 하루하루가 정말 힘듭니다. 어떻게 견뎌야 할지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지루한 경기둔화로 월급봉투는 얇아지고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만 가는데 생활물가 상승으로 빠듯한 살림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간다. ◇생활물가 상승=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주부 강모씨(39)의 푸념은 보통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현실이다. 강씨는 시장에 가기가 겁난다. 갈 때마다 장바구니물가는 몇배씩 뛰어올라 허리가 휘청할 정도다. "지난달 2.5㎏짜리 배추 한포기 값이 1,100원이었거든요. 그런데 한달 사이에 3,500원으로 두배 이상이 올라 있더라고요."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이달 중 배추ㆍ파ㆍ당근ㆍ하수도료ㆍ휘발유 등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9%나 뛰어올랐다. 올 상반기 전체적으로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 공공요금은 12.6%가, 개인서비스요금은 2.9%가 각각 상승했다. 건축설계사무실에 다니는 여모씨(42)는 "병원문턱에 가기조차 두렵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진찰료와 약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상반기 중 투약 및 주사료는 75.9%가 올랐으며 진찰료는 33.6%가 상승했다. 분만료는 30%가 올랐다. 다음달부터는 생활이 더 고단해질 전망이다. 부산시를 시작으로 택시요금 기본요금 1,300원이 200~300원 오르고 상수도요금, 액화석유가스(LPG), 담뱃값 등이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어서 서민가계에 더욱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생활이 어려워지면서 빚도 덩달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ㆍ4분기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부채가 평균 1,930만원으로 2,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60만원보다 23.7%가 증가해 분기마다 거의 100만원씩 빚이 불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계 빚은 1년 동안 54조원이 증가해 총 276조2,000억원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빠듯한 형편 때문에 빚을 갚지 못하는 서민들도 많아 5월 말 현재 은행연합회 공동전산망에 오른 신용불량자수만도 243만명에 달한다.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서민들을 더욱 서럽게 하는 것은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잇속을 챙기기에 바쁘고 정부정책은 실정의 연속이다. "월급쟁이는 봉입니다. 제 월급만으로는 애들 학원비를 보태기 힘들어 아내가 정수기 외판원 일을 시작했는데 그것을 소득으로 해서 아내 이름을 직장의보의 피부양자명단에서 빼겠다니 말이 됩니까." 한 인터넷 여론란에 글을 올린 네티즌은 보건복지부가 다음달부터 사업자등록증이 있으면 무조건 보험료를 매기겠다는 계획에 대해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 네티즌은 "연로하신 아버지가 재래시장에서 소일 삼아 지물포를 하고 계신데 다음달부터는 4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당신이 내야 하는 처지"라며 의보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부의 세련되지 못한 정책이 생계압박뿐만 아니라 동양적 미덕인 효의 근본까지 깨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의보정책은 단적인 예에 불과하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과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민심은 도탄에 빠질 지경에 와있다"고 지적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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