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지배구조 문제가 한국 주식가치 떨어뜨린다"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원회

조만간 대책 논의·입장 표명

'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현대자동차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015760) 부지 매입에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민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위원장(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은 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현대차(005380)의 한전 부지 고가 매입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현대차의 지배구조 문제가 한국 주식 전체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외면할 경우 국내 주요 기업에 주주로 참여하고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조만간 의결권전문위원회 위원들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의결권전문위원회가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이 아니라 개별 투자 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의결권전문위원회는 정부 부처와 국민연금공단 관계자인 당연직 2명과 노동계 대표 2명, 사용자 대표 2명, 연구기관 1명, 지역가입자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는 통상 국민연금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주총 안건에 대해 판단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7월 만도의 기업분할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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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의결권전문위원회 회의에서는 현대차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최근 지배구조 문제가 부각된 KB금융(105560)지주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잘못된 지배구조였는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런 점이 외국인투자가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칠까 봐 상당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국민연금이 당장 현대차 주식을 매도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지분이 워낙 커 한꺼번에 팔고 나올 경우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현대차 지분 8.02%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해외 연기금처럼 주주 권익에 반하는 기업의 행위에 관해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주주제안을 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주주제안을 할 경우 경영참여 목적을 띠는 것으로 간주돼 현재 재무적투자자로서 누리는 혜택이 사라진다. 국민연금은 재무적투자자이기 때문에 주식 대량보유 시 즉시 보고가 아니라 시일을 두고 공시할 수 있으며 6개월 이내의 단기매매차익에 대한 반환 의무도 없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견을 낼 경우 정부가 개입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주주제안과 같은 형태보다는 장기투자자로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바람직한 투자 문화를 유도할 수 있는 신호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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