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투자가 산업강국 만든다] <5·끝> 투자 넘치는 한국 만들려면 - 좌담회

"中 추격 대비도 좋지만 도 넘은 反기업 정서부터 바꿔야"<br>"글로벌 스탠더드에 뒤떨어진 규제 즉시 폐지를"


이성호(왼쪽부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가 투자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투자가 산업강국 만든다] 투자 넘치는 한국 만들려면 - 좌담회 중국 이미 한국 추월… '올 것이 왔다'"中 추격 대비도 좋지만 도 넘은 反기업 정서부터 바꿔야""글로벌 스탠더드에 뒤떨어진 규제 즉시 폐지를" 사회=이규진 산업부 차장 sky@sed.co.kr 정리=김흥록기자 rok@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dhkim@sed.co.kr 이성호(왼쪽부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가 투자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양극화 등 대기업 탓으로만 돌리면 안돼법인세 인하를 부자 감세로 매도도 잘못제조업 디자인·고객서비스 강화해야 승산신사업 과감히 도전… 기업가 정신 가져야 전문가들은 기업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고용ㆍ물가ㆍ양극화 등 사회문제 모두를 습관적으로 대기업 탓으로 돌리는 반시장ㆍ반기업 정서를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의 추격보다 내부적인 반시장ㆍ반기업 정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내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 즉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떨어진 규제는 이유를 불문하고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인하를 부자감세로 매도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잘못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또 "기업과 정부ㆍ사회가 모든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중국 등 주력시장을 절대 내줘서는 안 된다"는 결연한 각오를 주문했다. "신사업에 과감히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넘쳐 나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서울경제신문은 29일 학계와 재계, 민간 경제연구소의 전문가를 초청해 '투자 넘치는 한국 만들려면'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이성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가 참석했다. ▦사회=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이성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중국의 산업 성장은 이미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를 항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산업 분야에서도 중국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5년 이내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본다. 이미 태양광은 세계 절반 이상을 휩쓸었고 풍력도 1위다. 단지 가격만 싼 게 아니다. 한국과 동등한 품질에 30%가량 가격경쟁력이 있다. 신사업의 경우 중국의 경쟁력은 오히려 뛰어나다. 선진국이 진입장벽을 구축한 기존 산업 외에 신사업은 중국이 최고 수준으로 현재로서는 극복방법이 안 보일 정도다. TV나 스마트폰 같은 완제품조차 내수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흥국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 수출의 75%가 신흥시장이니 경쟁관계에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른바 '차ㆍ화ㆍ정(자동차ㆍ화학ㆍ정유)' 같은 국내 수출 주도산업의 경우 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지만 중국 내 한국제품의 점유율은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총 수입량 중 한국 제품 비중은 지난 2005년 11.5%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는 9.9%로 떨어졌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중국의 또 다른 잠재력은 내수시장이 크다는 점이다. 내수시장을 해외 진출 전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으니 수출 제품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격전지는 신흥국인데 중국 내에서 한국 제품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이 같은 테스트베드 축소와 리스크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사회=한국 산업의 현 주소는 어떤가. 중국 등 개도국의 추격을 따돌릴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우선 한국산업의 저출산ㆍ고령화가 심각하다. 현재 국내 10대 수출품목이 10대 산업이 된 지 이미 26년이 흘렀다. 또 삼성ㆍ포스코 등 10대 산업에서 각 1등 기업의 평균 연령이 53세다. 기업의 고령화와 동시에 저출산이 겹쳐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또 10대 주력 수출품목은 현재 모두 중국이 열심히 투자하고 쫓아오는 품목이다. 100년 전 화장품 회사로 시작했다가 맥주 회사를 거쳐 건설 중장비 업체로 변모한 두산처럼 기업들도 빨리 변신해야 한다. 다른 나라는 산업구조가 서비스와 의료ㆍ게임ㆍ엔터테인먼트ㆍ미디어 등 다양화돼 있지만 우리는 제조업 위주로 고착화돼 있다. ▦조 교수=속도경영ㆍ투자선점이 아쉽다. 반도체가 치킨게임 상황 속에서도 투자를 단행한 결과 세계 1위가 됐다. 그러나 재벌 후계가 2세, 3세로 넘어오면서 창업가 세대가 지녔던 야성적인 면이 다소 희석되는 분위기다. 모두가 놀랄 투자나 도전, 이런 것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기업활동은 도면 위에서 실시하는 계획이 아니다. 투자하고 성공을 일구는 과정에서 무수한 어려움이 있은 후에야 결실을 맺는데, 기업가 정신이 아쉬운 상황이다. ▦사회=한국 산업의 미래 전략은 어떠해야 하나. ▦이 전무=봉제나 의류ㆍ신발산업은 인건비 문제로 중국으로 갔다. 그러나 해당 산업에서 이제 꿰매는 인력의 비용이 중요하지 않게 됐다. 꿰매는 대신 본딩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신기술로 제조기반 생산성을 높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지만 기업의 활동이란 연구개발(R&D)과 제조ㆍ디자인ㆍ유통ㆍ고객관리 등 다양한 단계가 결합돼 있다. 중국 기업이 제조에 장점을 나타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통과 디자인ㆍ고객관리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낼 수 있느냐는 점은 회의적이다. 제조 하나만으로 한국 기업들이 지레 겁먹을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나이키도, 애플도 제조가 없다. 중국이 산업 영역 중 아직 취약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공략하면 승산이 있다. ▦조 교수=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도 필수적이지만 현재 국내 주력 산업의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한국의 조선산업이 드릴십으로 앞서갈 수 있다지만 중국도 곧 드릴십을 만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국은 우리의 주력산업을 우회해서 풍력이나 바이오 같은 신사업을 선점하고 있다. 우리도 말뿐이 아니라 실제 새로운 산업을 찾아 재빨리 점령할 준비가 시급하다. ▦이 연구원=국내 산업발전사는 노동집약적 산업을 거쳐 자본집약 산업 단계에 돌입하면서 높은 생산성을 발휘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문제는 중국도 2005년부터 자본집약 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선점한 산업은 그나마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똑같이 자원을 투입하기 시작한 분야는 중국이 앞서가는 상황이다. 대응방법은 애플식 전략에서 찾아야 한다. 산업의 판도를 자기주도로 끌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과 똑같은 태양전지, 똑같은 풍력을 놓고 경쟁에 들어가면 힘들다. 다만 애플과 같은 경로를 지향하더라도 지금의 중국시장을 비롯한 거대 주력시장을 포기하면 안 된다. 중국이 치고 올라오니 고부가가치로 넘어가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중국도 점차 고부가 산업을 지향한다. 그럼 계속 중국에 입지를 내주다가 결국 퇴출되는 수순으로 넘어가는 꼴이 될 수 있다. 현재 국내 최대 수출시장은 신흥시장이기 때문에 중국을 단순 저가시장이 아니라 저가시장용 R&D시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자본을 투입하더라도 지금의 매스마켓을 내주면 안 되는 것이다. 맞대응이 때로는 좋은 방법이다. ▦조 교수='애플은 아이디어, 삼성은 제조'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지만 약점을 어느 회사가 극복해내느냐의 관점에서 보면 삼성은 사실 만만치 않다. 제조업 기반이라는 점은 기업에도 유리한 점이 많지만 국가적으로도 고용창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조는 중산층을 형성하는 기반이다. 제조 강점을 활용하되 중국이 갖지 못한 고부가가치 부분을 확보하면 기업과 국가 전체에 바람직한 일이다. 신수종사업에 대한 도전도 필수적이다. 기존 산업이 고부가가치화된다 하더라도 중국이 우리를 피해 새로운 위치를 선점하듯 국내 기업도 그런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제조업 기술 우위 기반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이제 개방과 공유라는 웹2.0적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과거 중국을 상대해서 성공했던 그런 DNA를 새로운 시대에 이식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두 바퀴로 가야 한다. ▦사회=산업강국을 만들려면 기업들이 설비투자는 물론 R&D도 열심히 해야 한다. '투자 넘치는 한국'을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인가. ▦현진권 아주대 교수=사실 중국 기업과 국내 기업 간 민간경쟁에서 경제규모ㆍ자원ㆍ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리한 조건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불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위험을 기업가가 받아들이느냐다.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정책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 정부가 '기업 프렌들리(friendly)'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기업가 정신이 위축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 양극화 담론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부자에게 세금을 지우고 가난한 이들에게 복지를 제공한다는 프레임인데 여기서 기업을 부자 쪽에 두고 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 기업 법인세를 높이려는 것이다. 과거 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센티브는 국가경제의 압축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현재는 '기업은 부자, 고로 세금 부과'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민간기업의 세계경쟁에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조 교수=중국의 추격보다 무서운 것은 내부적인 반시장ㆍ반기업 정서다. 반기업 정서가 도를 넘으면서 기업의 가치와 이념을 영위하기 어려워졌다. 인센티브와 동기ㆍ제도라는 기업을 움직이는 세 가지 요소가 반기업 정서에 무너지고 있다. '한강의 기적'도 성공하고자 하는 기업의 동기와 그를 뒷받침해주는 정책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각에서 삼성을 두고 국민이 끌어주고 사회가 밀어줘서 글로벌 기업이 됐다며 기업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만약 사회가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면 사회주의 국가에서 글로벌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하지 않나. 모험과 선의의 실패를 인정하고 성공을 사후 보상해주지 않은 채 오히려 기업이 사회구조적 문제를 유발하고 그 때문에 다른 이들이 실패한다고 생각하는 한 반기업 정서는 없어질 수 없다. ▦이 전무=국내에서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을 대기업에 돌리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고용에 문제가 있다면 해외에서는 대학교육 시스템, 산업구조 변화 등을 분석하겠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문제라고 한다. 물가가 오른다면 해외에서는 금리정책과 수입관세 등 여러 측면을 보겠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문제라며 상품가격을 깎으라고 요구한다. 양극화가 심한 것도 대기업이 문제라고 하고. 중소기업이 어렵다고 하면 대기업이 동반성장을 안해서 그렇다는 이 같은 인식은 위험하다. ▦현 교수=양극화라는 표현 자체에 화합할 수 없다는 '구분 짓기'의 의미가 있다. 극과 극은 투쟁ㆍ대립하는 관계다. 그 한쪽 극에 기업을 넣어놓고 타도 대상으로 만들었다. 동반성장정책, 일감 몰아주기 등 모든 것이 이 같은 사고의 연장선이다.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기업은 성장의 핵이라는 인식을 갖고 장기적으로 문화개선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출발했지만 집권 후반기부터 '대기업 때리기'로 돌아섰다. ▦현 교수=정부가 민간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규제가 세금이다. 특히 법인세에 대한 대표적인 미신이 있다. 바로 법인세로 소득재분배를 이룬다는 믿음이다. 재정학 교과서에서 이야기하는 기본 중에 법인세는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있다. 주주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인세가 오르면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것이 재정학의 기본이다. 법인세로 소득을 재분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또 법인세 인하와 투자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회의가 많지만 정책은 개별 사례가 아닌 전체를 놓고 봐야 한다.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모두 투자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전체 투자가 늘어나는 큰 그림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 세계적으로 줄이는 추세인데 우리는 늘리고 있다. 경쟁에서 도태된다. 이는 정권을 누가 잡느냐가 아니라 나라가 없어지는 문제다. 법인과 관련된 제도를 보면 폐쇄경제가 다시 돌아오는 느낌마저 든다. ▦이 전무=국내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떨어진 규제는 이유를 불문하고 없애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무역의존 비율이 10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기준에 맞지 않는 우물 안 규제가 없어야 하는 게 원칙이다. 정책의 중심도 특정 이익집단이 아닌 전체 소비자ㆍ국민이 돼야 한다. 일부 기업군에서 단가를 인상해달라고 하면 그 인상분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아울러 정책의 효과는 투자와 일자리에 맞출 필요가 있다. 만약 대기업이 해외 협력업체와 일할 경우 하도급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 국내 협력업체와 할 이유가 없다. 결국 정책이 국내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현 교수=법인세뿐 아니라 임시투자세액공제 폐지도 문제다. 사실 기업이 느끼는 인센티브는 법인세 1~2%보다 감가상각이나 임투세액 공제가 더 크다. 투자는 자본을 고용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도 일벌백계 같은 지나친 부분이 있다. 일감 몰아주기 행위는 물론 잘못된 것이고 엄격한 대처가 필요하다. 다만 이를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건별로 처벌할 수 있는데 이를 조세관점에서 일률적 과세를 하는 것은 몇 마리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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