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졸속 국회의 폐회

제234회 정기국회가 8일 폐회됐다. 16대 대선일정 때문에 100일 회기 중 한달 정도를 단축한 이번 정기국회는 개회 벽두부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선을 겨냥한 비방 폭로전으로 일관했다. 시간도 적은 데다 있는 시간마저 허송한 꼴이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는 물론이고, 의안처리도 졸속을 면할 수 없었다. 정기국회 개회후 13차례 본회의를 열었지만 단 한건의 법안처리를 하지 못하다가 7일에 와서야 50개 안건, 8일에 99개 안건을 처리하는 등 이틀 사이에 149개 안건을 무더기로 처리했다. 그 와중에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비워 의결정족수 미달로 의안처리가 지연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마음이 대선이라는 콩밭에 가 있는 파장국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상당수의 정부 입법안은 이 같은 국회의 행태를 이용해 법안의 통과를 쉽게 하려는 의도로 늑장제출 된 것이 많아 졸속심의를 부추겼다. 졸속 처리된 법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경제특구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으로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이 반영되면서 전국의 모든 지역을 경제특구로 할 수 있도록 어처구니 없이 변질되기도 했다. 주5일근무제 법안이나 집단소송제 법안 등 일부 쟁점법안들은 처리를 미뤘다. 일반회계 111조7,000억원과 특별회계 71조4,000억원에 이르는 내년도 예산안 심의도 무성의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큰소리 쳐놓고 상임위 심의에선 오히려 늘려놓는 버릇도 여전했다. 올해는 4조원 이상이나 늘려놨다. 예결특위의 계수조정소위에서 항목조정을 통해 2,400억원을 순삭감했다곤 하나 삭감은 전체 예산의 0.1% 규모로 시늉만 냈고, 밀실에서 나눠먹기만 판을 쳤다. 계수조정소위의 회의 내용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았고 속기록도 작성되지 않았다. 예산안을 볼모로 정치투쟁을 하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그나마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이 같은 졸속 심의 및 처리에 대한 반성으로 한나라당이 일부 정치개혁법안을 오는 14일 본회를 열어서 처리키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민주당이 일부 법안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고 하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하는 문제나 부패방지위원회에 특별검사 요청권 부여 문제, 국회의 운영개선 등은 양당간에 의견이 일치된 사안이다. 선거법개정과 관련해 양당 간에 이견이 있지만 타협의 여지는 있다. 정당연설회폐지나 TV합동연설회개최 등은 돈 안드는 선거를 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이므로 누구든 반대할 이유가 없다. 국회는 정치개혁법안이라도 제대로 처리해 졸속심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바란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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