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알자지라의 첫 영어방송

부시 행정부가 적들의 목소리라며 무시하고 있는 중동의 위성TV 알자지라가 영어방송을 시작했다. 언뜻 보면 미국에 나쁜 뉴스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알자지라가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메시지를 담은 테이프를 단독 보도하고 서방 세계에 대한 그의 위협을 대리 전달하는 매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관리들은 알자지라의 반미ㆍ반이스라엘, 이라크 사태를 옹호하는 논조에 자주 불쾌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알자지라 영어방송은 아랍어 뉴스보다 정제된 새로운 시각의 뉴스를 전달함으로써 미국 시청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알자지라는 지난 96년 개혁 성향의 카타르 왕족에 의해 설립된 후 ‘아랍의 CNN’으로 불리며 중동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다양하게 편집된 뉴스를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아랍 왕족과 독재자들에 대한 논쟁과 비판을 제공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 관리들도 처음에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보도 태도는 미국과 아랍 세계간 간격을 더욱 벌어지게 한 9ㆍ11 사태와 이라크전쟁 직전까지의 얘기다. 알자지라는 빈 라덴 육성 테이프 방송과 친이라크적이고 때로는 자극적인 방송으로 찬반 논란을 일으키며 소송까지 당한 상태다. 그러나 이 역시 알자지라가 기존 매체와는 다른 시각의 방송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결과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알자지라를 시청하고 있다. 적어도 전세계의 4,000만명이 알자지라 방송을 보고 있다. 알자지라 영어방송은 기존의 아랍어방송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알자지라에는 언론인 경력 34년의 영국 시사평론가 데이비드 프로스트, 전 나이트라인 특파원 데이브 마라시, 그리고 CNN과 BBC방송에서 일했던 서방 언론인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자지라 영어방송은 서방과 아랍간의 문화적 틈새를 메워주는 교량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경험이 많은 노련한 서방 언론인들이 알자지라의 친아랍적이고 때로는 선정적인 시각을 교정해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냉전기간 동안 많은 수의 동유럽들이 자국의 관영방송보다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나 BBC방송을 청취했다. 글로벌 세계에서 대화의 창구는 더 넓어지고 진실에 대한 경쟁은 더 심화할 것이다. 이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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