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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강원도 인제군 부평리 소양강댐의 저수 지역. 가운데 부분에만 물이 있을 뿐 주변은 다 말라 있다. 그곳에 들어가 발걸음을 옮겨보니 걸을 때마다 먼지가 일면서 온몸을 뒤덮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대략 아파트 3층 정도 높이의 암벽을 가리키면서 "원래 저 높이만큼 강물이 차 있어야 하는 곳"이라며 극심한 가뭄난을 설명했다. 황무지 같은 이곳에서 작업용 차량 한 대가 움직이자 뿌연 먼지가 일어 이내 시야를 가릴 정도였다.
조금이나마 물이 흐르고 있는 본류 쪽으로 걸어 들어갔더니 그 주민은 "원래 이곳은 사람이 걸어서 못 들어오는 곳"이라고 말했다. 배를 타야 이동할 수 있는 곳이란다. 바로 옆에는 쩍쩍 갈라져 버린 강바닥이 한없이 펼쳐졌다. 물이 말라서인지 사용하지 않는 배 3척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물이 흐르고 있는 자리 역시 수심이 깊지 않아 밑바닥이 훤히 보였다. "보시다시피 이건 가뭄 그 이상이죠.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강원도 등 중부지역 주민들의 가슴이 바싹 타들어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께 '비 좀 내려달라'며 기우제까지 열 지경이다.
인제군청에 따르면 인제군의 강수량은 평소에 비해 30%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1~3월 평균 강수량은 약 61㎜ 정도. 하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 내린 빗물은 평균 48㎜에 그쳤다. K-water의 한 관계자는 "현재 소양강댐에 물이 저장된 양 즉, 저수위가 157m"라고 설명했다. 이는 정상적인 용수공급 하한선 저수위까지 약 7m밖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가뭄에 따른 피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지역행사 중 가장 큰 행사인 '인제 빙어축제'는 아예 열리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2013∼2014시즌에 방문객이 74만명에 달했던 초대형 행사인데 강바닥이 보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행사장 인근에서 빙어요리를 관광객들에게 팔았던 음식점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상인 김모(43)씨는 "평소 같으면 빙어축제로 한 번 다녀갔던 사람들이 지금쯤 다시 가게를 찾아오곤 하는데 올해는 그런 게 싹 사라졌다"면서 살 걱정이 막막한 듯 한숨부터 내쉬었다.
답답한 마음에 소양강댐 직원들은 이날 기우제까지 지냈다. 이날 오전 댐 정상 팔각정 일대에서 '기우제 및 안전기원제'를 열고 "천지신명께 첫 술잔을 올리겠습니다. 단비를 내려주소서, 단비를…"이라고 읊조렸다.
앞으로가 더 큰 걱정이다. 농작물의 씨앗을 뿌리는 등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는 다음주에도 비가 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제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보다 앞으로가 문제다. 아직 농사를 시작하지 않은 농민들의 걱정이 지금도 이만저만이 아닌데 앞으로도 비 소식이 없다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