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9월 19일] 게임의 규칙이 바뀌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총재와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거대 보험기업인 AIG를 사실상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자유시장의 원리’를 근거로 대형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를 파산하도록 내버려둔 지 이틀 만의 일이다. 리먼의 파산은 금융당국이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을 회생시키기를 얼마나 꺼리는지 보여줬다. 물론 AIG는 리먼처럼 몰락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AIG에 노출된 미국과 유럽ㆍ아시아 금융회사들의 자산 규모만 해도 4,410억달러에 달하는데 AIG가 쓰러질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이은 AIG 국유화를 통해 구조적으로 모럴해저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는 고민을 새로 떠안게 됐다. 그러나 금융시스템 자체가 위기에 처해진 상황에서 이는 부차적 문제 제기일 뿐이다. 8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한 AIG 구제패키지는 잘 짜여진 작품이다. 지난 2주간 세계 금융시스템에는 상상도 못했던 변화가 일어났다. 패니매와 프레디맥, 그리고 AIG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크게 확대됐다. 정부가 앞서 베어스턴스 구제를 통해 IB 부문을 관리하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면 AIG 구제는 보험업계로까지 정부의 손길을 뻗치겠다는 이야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관료들은 지나친 개입을 배제하면서 구조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들을 관리하는 게 옳다. 금융시스템 중 어떤 부분이 공적 영역에 포함돼야 하는지를 엄격히 판단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적극적 개입을 통해 금융기관에 가해지는 압박을 줄여나갈 때다. 지난 1980년대 말 설립돼 부실채권 정리를 도맡았던 정리신탁공사(RTC)를 부활시키자는 논의가 다시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필요 때문이다. 금융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안전한 축에 속했던 머니마켓펀드(MMF)조차 우려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이제 지난 2주간 금융이라는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정부는 현재 위기관리에 온 관심을 쏟고 있다. 이제 단순한 중재자 이상의 역할을 떠나 어느 정도까지 시장에 개입할지, 그 범위를 고민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