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소한 잔재주들이 직접 거래되는 재능판매 온라인 장터가 인기다. 요즘 특히 눈길을 끌고 있는 곳이 '크몽' . '수제쿠키 만들기', '영한 번역', '블로그 디자인' 등으로 국내 부업 관련 웹사이트 중에서 41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박현호(36ㆍ사진) 크몽 대표는 "처음에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며 "하지만 이용자가 늘고 사업이 커지면서 오래 지속될 재미있는 서비스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크몽은 재능을 사고파는 플랫폼이다. 이스라엘 개발자가 만든 '파이버(Fiverr)'를 벤치마킹해 탄생한 서비스다. 박 대표는 "파이버의 트래픽 상승률을 보고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초창기엔 5,000원 한도의 소액거래만 다루다가 최근 이용자들의 요청에 따라 최대 500만원까지 거래 한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용자 간 거래액이 커지자 20%의 수수료를 받는 크몽의 매출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현재 크몽에서 판매 중인 재능은 총 5,277개. 지금까지 성사된 거래 수는 3만7,210건에 달한다. 초창기에 비해 분기별 평균 거래수도 18배나 증가했다. 박 대표는 "온라인 장터의 핵심은 사고 파는 사람 간의 신뢰"라며 "무형의 재능을 거래하는 특성상 불미스런 사고가 생길 우려가 높아 철저하게 재능인의 자질을 심사하고 거래 신뢰도를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10년 전 세간의 주목을 받던 대학생 창업가였다. 대학교 2학년 때 전자제품 쇼핑몰을 개발해 당시 산업자원부가 주는 '한국e비즈니스 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00년 정보기술(IT)업계로부터 2억원의 엔젤투자를 받았지만 닷컴버블이 붕괴되면서 함께 바닥을 쳤다"고 소회했다. 이후 10년간 박 대표는 꾸준히 IT서비스를 개발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그는 고향인 진주 산천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계속된 실패에도 재미있는 서비스를 개발하자는 욕망은 그를 다시 오뚝이처럼 일으켜 세웠다. 인터넷도 잘 안 되는 지리산 산골짜기에서 탄생한 서비스가 바로 크몽이다.
진주에서 새벽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온 박 대표는 "사무실이 지방에 있어 투자자나 업계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다"며 "조만간 서울에 사무실을 차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크몽에 보내는 IT기업들의 러브콜도 꾸준하다. 그는 "출시 초기부터 지금까지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며 "처음에는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서 거절했는데 요즘엔 신중히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거듭된 실패로 쌓인 빚더미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값진 경험을 얻었다"며 "앞으로 소소한 취미부터 중요한 업무까지 다양한 일들이 크몽에서 거래될 수 있게 최고의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