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랄라세션' 키운 물주 따로 있었다
[한류 로드가 열린다] ⑦ 문화콘텐츠의 든든한 조력자은행은 대출·투자… 2금융은 후원… 될성부른 콘텐츠 떡잎부터 키운다
박해욱기자 spooky@sed.co.kr
이유미기자 yium@sed.co.kr
우리銀, 영화 흥행따라 우대금리… 국민카드, 슈퍼스타K3 스폰서…
흥국생명 등은 메세나 활동 활발
당장 수익없어도 기업이미지 개선… 해외 진출땐 시너지 효과도 커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라 불리는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지난해에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예선 참가자들이 몰리며 무려 197만대1이라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범한 환풍기 수리공에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가수 허각처럼 재능은 있지만 기회가 없던 이들에게는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다.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이 무대 뒤에는 KB국민카드가 자리하고 있다. 이 카드사는 지난해부터 20억원대 자금을 투자해 메인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이제 막 은행에서 분사한 KB국민카드 입장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앞서 슈스케 시즌1ㆍ2의 성공을 목격한 터라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했다. KB국민카드의 한 관계자는 "슈스케처럼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인 20~30대들에게 젊고 신선한 카드라는 이미지로 어필하고 싶었다"며 "동시에 슈스케3의 주인공들이 미래에 한류의 주역이 된다면 국가 경쟁력 차원에도 기원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결국 슈스케 지원 전략은 '대박'으로 이어졌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슈스케3를 통한 직접광고 효과만 투자비용의 5배인 150억원을 넘었다. 메인스폰서 참여 기념으로 슈스케3 우승자 '울랄라세션'을 모델로 앞세워 발매한 '노리체크카드' 한정판은 판매 개시 35일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류 지원은 금융사마다 각기 다른 전략으로 진행되고 있다. 탄탄한 자금여력을 지닌 은행권은 문화콘텐츠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거나 직접 투자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한류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부 은행을 비롯해 보험사, 카드사 등 2금융권은 한류 지원에 적극 나서기에는 한계를 갖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높은 리스크이다. 물론 슈스케3나 소녀시대, 드라마 대장금 등 몇몇 성공사례가 전해지면서 한류 콘텐츠의 경제적 효과와 가치에 대한 인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산업은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게 '도박'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자본력을 갖춘 은행 중에서도 몇 곳을 제외한 대부분이 제한된 범위에서만 문화콘텐츠 지원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은행권이 가장 손쉽게 한류 지원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은 수신기능을 활용한 기금조성이다. 우리은행의 '시네마정기예금'과 국민은행의 'e-공동구매정기예금'이 대표적인 사례.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국내 최대 영화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김종욱 찾기' '7광구' '글러브' '마이웨이' 등 개봉 영화와 연계한 정기예금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의 흥행성적에 따라 예금가입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해 자연스럽게 국내 영화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아리랑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에 동참하는 'e-공동구매정기예금' 상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중국 정부에서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의 아리랑을 '연변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게 계기로 작용했다. 이 상품은 지난해 11월 출시해 오는 3월까지 매월 1회씩 판매되고 있다. 판매금액에 따라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만기이자의 1%를 은행 부담으로 조성해 아리랑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지원할 계획이다.
시중은행과 달리 보험이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경우 한류 지원에 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결국 한류는 기본적으로 해외를 겨냥하고 있는 터라 당장 내수시장에서 수익창출에 전념하고 있는 2금융권은 한류 지원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국민카드의 사례처럼 2금융권에서도 문화콘텐츠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류가 당장 수익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하더라도 한류 콘텐츠 후원으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개선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향후 해외시장 진출 때도 조금 더 손쉬운 연착륙을 기대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인 신한베트남은행에서는 체크카드 및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앞으로 신한은행의 해외 진출에 동반해 해외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을 앞두고 신한카드는 2년 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시아권 최고의 국제영화제로 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후원해 아시아 지역에 자연스럽게 브랜드 네임을 알리고 시장 진출시 시너지 효과를 노린 포석이다.
아직 국제적 인지도를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탄탄한 잠재력을 가진 콘텐츠를 발굴해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후원한다. 롯데카드의 한 관계자는 "영국의 에든버러페스티벌처럼 전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음악축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카드사들이나 보험사들은 아직까지 소극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쉽게 뿌리내릴 수 있는 메세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한류의 근간을 이루는 문화적인 감수성 함양에 기여하는 등 한류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흥국생명은 광화문 본사 지하에 예술영화 위주로 상영하는 '씨네큐브'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상업영화 대신 다양한 예술영화를 상영한다는 게 특징. 국내 저예산 작품 중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개봉관을 찾지 못하는 작품들을 발굴, 소개함으로써 영화산업의 장르적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2006년부터 강남 테헤란로 본사 지하에 'LIG아트홀'을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연간 약 25개의 기획공연과 5개의 예술교육 프로그램, 10개의 대관공연들을 소개하며 지역사회의 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시행하고 있는 일련의 문화콘텐츠 지원사업은 아직까지 한류라는 칭호를 붙이기는 미흡한 게 사실이지만 분명한 것은 긴 호흡으로 봤을 때 한류를 형성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런 점에서 금융사들은 문화콘텐츠 발전의 든든한 조력자"라고 말했다.
[한류 로드(road)가 열린다]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