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매각실패도 준비하자GM이 썩 내켜하질 않는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나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불과 3개월 전만해도 이들은 앞다퉈 자신들이야말로 대우자동차의 새 주인으로 적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렇다면 대우차의 가치는 3달 만에 7조7,000억원에서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 회사로 추락한 것일까.
현재 대우차에 대한 평가는 차갑기 짝이 없다. 특히 국내외 법인들의 수익성과 부실한 관리로 인한 물류비 부담 등이 점수를 깎고 있다.
물론 지난 6월 입찰당시 포드가 써냈던 가격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것이기는 했다. 전문가들 모두 포드가 왜 그렇게 높은 가격을 제시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주변 환경도 대우차 매각에 불리하게 바뀌었다. GM은 피아트와의 제휴효과가 나타나면서 동유럽시장과 소형차 부문이 강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대우차가 과거처럼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현대자동차도 차종이 겹치는 대우차 인수보다는 새로 손을 잡은 다임러와의 시너지 효과 창출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상황은 이렇게 바뀌었는데도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차의 가치와 시장 여건 파악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채 「속전속결」만을 외치고 있다. 시간을 끌수록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은 백번 맞다.
하지만 헐값에라도 GM에 매각하는 게 최선인지 아니면 우선 대우차를 팔 수 있을 만한 기업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인지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GM의 대우차 인수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GM에 매각된다면 겹치는 부분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국내 경제가 잃는 부분이 차라리 법정관리에 의한 것보다 더 커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팔려면 팔 물건의 가치와 시장 환경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대우차에 대한 GM·다임러크라이슬러·현대자동차의 관심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매각이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준비도 함께 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최원정기자(산업부)BAOBAB@SED.CO.KR
입력시간 2000/09/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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