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돼지 사육 과다가 몰고 올 재앙에 대비하라

돼지사육이 1,000만마리를 넘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기준으로 전국 농가에서 1,010만마리가 사육되고 있단다.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3년 이래 최대 규모다. 전혀 반갑지 않은 최고 기록이다. 적정 사육두수 850만마리를 훌쩍 넘겨 하락을 거듭해온 돼지고기 값이 더 떨어져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게 생겼다. 사육두수도 많지만 창고에 쌓인 수입물량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꺼번에 몰릴 경우 겨우 버티는 농가의 연쇄파산도 우려된다.


적정두수 초과와 끝 모를 가격폭락세에는 두 가지 불편한 진실이 깔려 있다. 첫째는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대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구제역 발생 이후 330만마리가 살처분된 상황에서도 외국산 돼지고기를 무차별ㆍ무관세로 들여왔다. 적어도 수급예측 실패의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두번째는 농민 역시 폭락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수급이 시장에서 조절되고 가격이 오를 때 이득을 많이 취했다면 반대의 경우에는 기대이익이나 사육두수를 줄여야 하는 메커니즘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사육두수가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14.2% 증가했을 뿐 아니라 가격급락 경보가 이미 발동된 시점이던 직전분기보다도 1.9% 늘어났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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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이 양쪽에 있다면 해법도 마찬가지다. 농가는 사육두수를 줄이고 정부는 피해 최소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새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이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수급구조 개선을 언급하고 새로 임명된 이동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농촌경제연구원장 시절부터 수급 및 거래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뭔가 다른 정책수단이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차제에 소비자단체와 연계해 특정 부위에 국한된 소비성향을 바꾸려는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는 기왕에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근원치료 요법을 강구해 마땅하다. 단순히 농민을 달래기에는 상황이 위중하고 대증요법의 반복 역시 정부에 대한 의존과 재정부담을 늘릴 뿐이다. 농가와 소비자ㆍ정부가 힘을 모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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