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나무는 자신의 형태 통해 시간의 이야기 보여주죠"

英 조각 거장 데이비드 내쉬

나뭇결·원색 최대한 살려 내가 택한 재료와 조화 추구


"나무의 수명주기는 인간의 수명주기를 닮았습니다. 그들은 밤낮으로 성장하고 호흡하며, 깨어있거나 잠들며 계절을 지납니다. 나무들은 자신들의 형태를 통해 시간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헨리 무어, 안소니 카로를 잇는 영국 조각계의 거장이자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작가 데이비드 내쉬(69·사진)가 들려주는 '나무 예찬론'이다. 16일 삼청로 국제갤러리 2관에서 개막하는 국내 개인전에 맞춰 방한한 작가는 "다양한 나무들은 미국 캘리포니아나 포르투갈, 혹은 일본에서 가져와 작업한 것"이라며 "다채로운 나무들 사이를 오가며 마치 숲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껴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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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처럼 작품 소재가 된 나무는 주변 어디서든 봄 직한 나무다. 평범한 나무가 거장의 손을 거쳐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미술 문외한이라면 "조각을 한 건지 만 건지 헛갈린다"고 할 법하다. 작가는 "작업하는 동안 나무가 나에게 전하는 '반응'을 섬세하게 살핀다"라며 "나무의 결과 원래 색을 최대한 존중하고 살리는 게 내가 택한 재료와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내쉬가 높이 평가받는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그는 나무를 억지로 가공하려 들지 않고 자연에 대한 윤리적 접근 태도를 지키며 야생에서 발견한 나무의 거친 표면을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서정적인 조각의 진가를 보여준다. 출신국이 제각각인 나무 조각들은 미세한 균열과 나뭇결, 나이테 등을 통해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내년 1월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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