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조세제도 분배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재정학회가 우리 조세제도는 분배를 향상시키기보다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으며 세부담 형평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조세의 원칙과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로 정부는 이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재정학회는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복지지출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누진과세가 가능한 개인소득세 비중이 작아 소득재분배 효과가 낮다며, 따라서 분배개선은 세금보다 재정지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세 비중을 늘리면 분배효과를 높일 수 있지만 조세저항이 우려되고 세계적 세금인하 추세와도 역행하는 것이어서 그렇게 하기 어려운 만큼 재정을 통한 해결 노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재정학회는 그러나 재정지출도 임시적 일자리 창출 등에 소진해서는 안 되며 교육ㆍ훈련 등 인적자원 분야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엄청난 재원을 쏟아부어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으나 고용사정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그나마 생기는 일자리도 임시직 등 질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하겠다. 특히 교육이 가난의 대물림 단절과 계층이동의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보고서는 우리 세제의 근본적인 문제점 중 하나로 ‘세금을 내야 할 사람이 내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을 꼽았다. 현실을 보면 틀림없는 이야기다. 근로소득자들은 소득이 한푼도 어김없이 그대로 드러나 소득에 걸맞은 세금을 꼼짝없이 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소득이나 사업소득세는 줄줄이 새고 있는 실정이다. 소득 파악이 어렵고 그나마도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제도 등을 악용해 세금을 탈세하거나 줄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고소득 개인사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할 때마다 탈세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런 탈루로 인해 사업소득의 세부담이 근로소득에 비해 매우 낮으며, 소득수준이 같아도 근로소득 비중이 큰 가계일수록 세부담이 더 많아 과세형평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분배개선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의 정책과 조세형평성 확립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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