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한국재벌과 GE

김학현 공정거래위원회 독점정책과장

잭 웰치 GE 회장이 0.3%의 지분으로 GE그룹을 경영한 바 있어 한국 재벌 총수들이 평균 3~4%의 지분으로 그룹을 경영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GE와 한국 재벌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웰치는 주주가 아니라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룹을 경영했던 반면 한국 재벌은 상속된 지분을 통해 경영권을 세습해 그룹을 지배한다. 둘째, GE는 지주회사 체제를 형성하고 산업ㆍ금융 등의 자회사를 지주회사인 GE가 100% 소유하는 투명한 출자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약 40%에 달하는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오너가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GE에는 계열사간 출자관계가 형성되지 않아 GE그룹의 회장을 선임할 때 실질주주들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고 반영되는 반면 한국 재벌은 오너의 경영권 확보 등 오너체제를 지탱하는 데 계열사 지분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GE는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100% 소유해 소수주주의 권리침해 문제가 없으나 한국 재벌은 앞서 언급한 계열사간 출자를 통해 그룹을 지배함에 따라 소유와 지배간 괴리가 과도해 소수주주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전문경영체제와 대주주경영체제 중 어느 것이 우월한지는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한다. 통상 전문경영체제는 뛰어난 경영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최고경영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경영권 유지라는 제약이 없으므로 주식발행 등을 통한 자기자본 조달이 용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대주주경영체제는 대리인 비용(agent cost)이 낮고 단기적인 경영실적에 얽매이지 않는 장기적 관점의 전략적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한국 재벌의 경우 과도한 소유ㆍ지배 괴리로 대리인 비용을 유발하는 등 소수주주의 이익을 저해하고 경영권 유지에 지나치게 집착해 장기적ㆍ전략적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대주주경영체제가 가진 장점은 살리지 못하면서 단점만 남는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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