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재산 보호안한다
법원, 유족 소유권확인訴 각하
일제시대 친일행각을 벌인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보호해 달라는 요구는 정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과거 친일파 이완용 후손의 재산권을 인정해준 대법원 판례와 어긋나 적잖은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이선희 부장판사)는 17일 김모(78)씨가 시할아버지인 친일파 이재극으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을 돌려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는 부적법하다"며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이 3.1운동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며 "이같은 헌법 규정에 비춰볼때 민족의 자주독립과 자결을 스스로 부정하고 일제에 협력한 자 및 그 상속인이 헌법수호기관인 법원에 대해 반민족행위로 취득한 재산의 보호를 구하는 것은 현저히 정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948년 친일파를 처벌하고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은 이후 폐지됐으나 헌정질서파괴행위와 다를 바 없는 반민족행위의 위헌성까지 소멸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재극은 한일합병에 적극 협력했고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은 자로서 원고의 상속 부동산은 반민족행위와 무관한 재산으로 보기 힘들므로 국가를 상대로 이를 돌려달라는 원고의 요청은 적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 판결이 적극적으로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거나 그 재산을 몰수할 수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96년 국가가 과거 이재극 소유로 자신이 물려받은 파주시 문산읍 도로 321㎡에 대해 보존등기를 마치자 이는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한편 법원은 지난 97년 친일파 이완용의 증손자가 48년 농지개혁때토지관리인들이 차지한 땅을 돌려달라며 조모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등기 청구소송에서 "친일파라고 해서 법에 의하지 않고 재산권을 박탈할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정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