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드라이버라면 누구나 자동차 정비소에 얽힌 씁쓸한 기억이 한두 번씩은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초보 운전자 시절, 물정 모르고 자동차 정비소에서 하는 말대로 고개만 끄덕였다가 바가지 쓴 기억일 것이다. 운전 경력이 상당 기간 쌓여도 자동차의 작동원리를 잘 모르는 일반인으로서는 바가지를 쓴 건지, 수리가 제대로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자동차를 잘 유지ㆍ보수하려면 자동차의 ‘작동원리’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비소의 ‘작동원리’를 알아두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 ■믿을 만한 정비소업소를 알아둬라 좋은 정비소의 첫번째 기준은 ‘믿을 수 있는 곳’이다. 정비소마다 실력 차이가 있는데다 가격 들쭉 날쭉하기 때문이다. 잘 아는 곳이 없다면 인터넷 자동차 커뮤니티에 가입하는 게 좋다. 같은 차종 운전자끼리 만들어진 커뮤니티는 지역별로 지정 정비소를 정해두고 있는데 대부분 ‘고수’들이 경험을 통해 발굴한 업소이므로 믿을 만하다. 커뮤니티 회원임을 밝히면 특별 요금으로 서비스를 해주기도 한다. 특히 5년 이상 된 차량 운전자는 차종에 관계없이 ‘자동차 10년 타기 정비센터(http://1079.carten.or.kr/)’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유리하다. 전국 220여 곳의 지정 정비센터에서 공임의 최고 12%까지 할인 해준다. 집이나 직장 근처에 단골 정비소를 만들어 두는 것도 좋다. 입소문 난 곳을 추천 받거나 늘 차량이 붐비는 집을 찾아간다. 오가는 길에 자주 들르는 사람에게는 간단한 점검 정도는 무료로 해주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고장을 예방할 수 있다. 차계부를 마련해 오일 등 소모품 교환 시기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는 수리를 할 때는 항상 예약을 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정비소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자동차 수리 전에는 견적서를, 끝난 뒤에는 수리내역서를 받아둬야 한다. 특히 내역서는 꼭 받아서 보관해 둬야 한다. 내역서에는 수리 부위와 함께 부품별 가격과 공임이 적혀 있으므로 차량 내부 보이지 않는 곳의 수리 상태까지 따져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불만이 있을 때 따질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어떤 규모의 정비소를 선택할까 길을 다니다 보면 자동차 정비소는 소형 카센터도 있고 대형 공업사도 있다. 어떤 곳을 가야할 지도 고민이다. 이는 차량의 ‘증상’에 따라 다르다. 오일, 배터리 등 간단한 소모품 교환 같은 경정비는 동네 카센터를 찾으면 된다. 범퍼 등 큰 부품 교환이나 판금 작업 등 ‘큰 수술’은 가급적 제작사 직영 공업사 또는 협력 정비소를 찾는 것이 좋다. 자동차관리법은 정비소를 종합정비(1급), 소형정비(2급) 그리고 부분정비(3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카센터는 부분정비(3급)로 오일 교환 등 간단한 수리만 가능하도록 돼있다. 여기서 사고 차량을 수리하면 불법이다. 간혹 카센터에서 일단 사고 차량을 맡은 뒤, 이를 다시 대형 공업사에 보내 수리를 받아 와 손님에게 전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격은 조금 저렴할 지 몰라도 믿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반면 종합정비소(1급)와 소형정비소(2급)는 모든 부문의 정비와 수리가 가능하다. 1급과 2급은 규모의 차이로 정해지며, 기술력의 차이는 대동소이하다. 직영과 협력 정비소 간의 기술차이는 없으며 다만 직영의 정비 요금이 약간 비싼 편이다. ■수리비의 구조 자동차 정비 요금을 두고 말이 많은 것은 정찰제가 불가능한 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 정비 요금 계산은 의외로 간단한 공식이 있다. ‘자동차 수리비용=부품가격+정비공임’이며 이 가운데 정비 공임은 ‘작업별 표준작업시간X시간당공임’으로 계산한다. 부품 가격은 순정 부품 제작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또한 표준작업시간은 지난해 6월 건교부가 자동차기술연구소에 의뢰해 만든 ‘자동차 보험 적정 정비요금’에 상세히 나와있다. 문제는 시간당 공임이다. 공식이 뻔한데도 불구하고 정비소마다 가격이 다른 이유는 시간당 공임이 서로 다르기 때문. 각자의 공임은 정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반테XD의 앞문을 교체한다고 할 때 현대모비스 홈페이지에 나온 부품 가격은 13만 6,400원이며 건교부 기준 표준작업시간은 52분(0.86시간). 공식대로라면 ‘수리비= ‘13만6,400원+ (0.86X1시간당 공임)’이지만 공임이 서로 달라 정찰 가격 산정이 어려워진다. 공임은 보통 직영, 지정, 카센터 순으로 비싸다. 직영의 경우 시간당 공임이 약 3만 원 선이며 직영은 2만5,000원 선, 카센터는 2만2,000원 정도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보험 수리 차량의 경우에는 1시간 당 공임을 2만 원 안팎으로 적용, 일반 수리 차량보다 싸게 서비스한다. 조병균 자동차기술연구소 기술연구팀장은 “지난해 마련된 자동차 정비요금 기준 때문에 정비소들이 가격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일이 적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