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식집약·고용창출 구조로/새 경제팀 「구조조정」 내용과 방향은

◎벤처기업 창업지원 제도 마련/자산매각에 양도세·총액출자한도제 등 걸림돌/민간기업 자율적 M&A 유도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지난 20일 합동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그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은 공급과잉 등 수급상 문제가 있는 업종에 대해 투자 및 설비축소 등 「수급조절용 퇴출」을 뜻하는 합리화조치로 해석된다. 이른바 좁은 의미에서의 단기적 구조조정이다. 그러나 강부총리가 말한 구조조정은 좁은 의미가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구조가 지식집약·고용창출적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이른바 넓은 의미에서의 중장기적 구조조정이라는 게 강부총리 측근의 설명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고용유발 효과가 적은 대형 장치산업 위주로 발전해 왔는데 앞으로는 정보·지식집약형 산업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 등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전업, 전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부총리가 의도하는 구조조정은 그 의미상 「구조개선」이 더 적합한 표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경제상황이 단기적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보와 삼미그룹 부도에 이어 경영난이 지속된 일부 대기업과 재벌그룹의 부도설이 파다한 실정인데 이들 기업이 부도사태에 이르기 전에 민간업계가 자율적으로 M&A(인수 및 합병) 또는 자산매각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강부총리가 이번 회견에서 민간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보완책을 연구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경제수석실도 이같은 방향에 동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실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없다』는 김인호 수석의 발언이 강부총리와 다른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김수석의 발언은 개별 부실기업에 대한 사후적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얘기이지, 민간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사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반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 올 연초부터 자율적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착수했으나 한보그룹 부도로 인해 이같은 작업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보나 삼미그룹을 인수하는 기업에 대해 조세·금융지원,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을 해주는 것은 특혜시비, WTO(세계무역기구)의 보조금 금지규정 등 때문에 힘들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 또는 자산매각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세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장치를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의 합병 등에 대해 조세감면 혜택 등을 주게 돼있는 「금융기관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나 중소기업의 사업전환에 대해 조세감면 혜택을 주는 「중소기업 구조개선 특별조치법」과 같은 형식을 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러나 사양산업 및 유망 유치산업으로 대상이 국한된 산업합리화 조치를 구조조정 촉진에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부실업종에만 있는게 아니라 유망업종중 일부 기업에도 해당되는 경우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행 제도상 산업구조 조정의 걸림돌로 ▲공정거래법상 총액출자한도(총자산의 25%) ▲자산매각 등에 따른 양도세 ▲동일인 여신한도 및 10대그룹에 대한 여신한도관리 등을 꼽고 있다.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재개정된 노동법에서 M&A에 따른 정리해고를 삭제했지만 M&A에 따른 정리해고를 금지시킨다고 명문화하지 않은 만큼 법원판례에 따른 정리해고는 시행과정상 다소 혼선은 따르겠지만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런 전후사정을 감안할 때 정부가 금명간 중장기적인 구조개선을 위한 각종 대책과 단기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지원방안을 함께 확정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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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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