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논의 가시적성과 박차/농산물 시장개방속도 이견/선진개도국간 조정 시급지난 89년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간 경제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호주·한국의 주도하에 출범한 APEC은 95년 오사카에서 개최된 3차 정상회의에서 무역·투자 자유화 및 원활화(TILF)와 경제·기술협력(ECOTECH)를 APEC 활동의 양 축으로 설정했다. 이와 관련한 APEC의 주요 사업추진 현황·전망 및 향후 과제를 살펴본다.
◇무역과 투자자유화 및 원활화(TILF)= 지난 93년부터 가속화된 자유화 논의는 94년 보고르정상회의에서 자유화 목표 제시, 95년 오사카회의에서 구체적 행동지침(OAA) 채택 등을 통해 가시적인 진전을 이뤄왔다. 지난해 수빅정상회의는 OAA에 따라 각국이 자발적으로 진행할 개별행동계획(IAP)과 공동행동계획(CAP)을 작성, 자유화를 위한 실천단계로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의 논의 결과, 개별회원국은 자발적으로 IAPs를 이행하고 연례적으로 개선사항을 보고하는데 합의했으며, 관세 및 비관세, 서비스, 투자, 경제협력 강화와 중소기업 관련 분야 사항을 IAPs 개선에 반영키로 했다. 또 CAPs와 관련, 2000년까지 회원국간 전자데이터교환(EDI)시스템 구축을 통해 통관절차를 간소·신속화하고, 97년 말까지 역내 분쟁 해결을 위한 중재·조정·화해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수빅회의 선언문에서 정상들이 조기자유화 분야 발굴과 권고안 제출을 지시함에 따라 각국은 부문별 조기자유화를 적극 추진중이다. 현재는 실무적인 논의를 거쳐 41개분야로 축소된 상태이며, 밴쿠버 각료회의에서 최종 대상부문을 확정,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예정이다.
◇경제기술협력(ECOTECH)= 오사카행동지침은 APEC회원국간 경제불균형 해소와 역내 복지수준 제고를 위한 경제·기술협력을 추구할 것을 명시, 관련 13개 세부 협력과제에 대한 목표와 기본원칙, 우선순위를 포함하는 공동정책개념을 마련하는 한편 이에 입각해 자료·정보 공유, 세미나, 연구, 훈련, 기술적 시범 등 협력사업을 구상할 것을 제시했다.
13개 과제중 6개 우선순위부문은 ▲인력개발 ▲경제인프라 강화 ▲미래기술 사용 확대 ▲환경친화적 성장 추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역내 협력방안 구상 ▲중소기업 성장장려 등이다. 특히 올해 의장국인 캐나다가 인프라개발에서의 가시적 성과 도출에 주력하고 있어, 이번 벤쿠버 정상회의는 인프라투자 촉진을 위한 기본틀을 선언하고 2001년까지의 구체적 목표를 제시할 예정이다. 차기 의장국인 말레이지아는 인력자원 개발 부문을 내년 핵심과제로 지정, 향후 이 분야에 대한 논의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환경문제는 올해 중심의제에선 제외됐으나 국제적 이슈로 부상한 만큼 환경관련 기술 이전, 환경종사자 교육과 훈련, 재원조달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APEC의 향후 과제= 자유화 논의가 진전됨에 따라 문제점도 속출하고 있다. 우선 무역자유화에 대한 회원국간 입장 차이가 만만찮다. 역내 시장 개방을 앞당기려는 선진국과 자국 경제상황을 감안해 개방을 유예하려는 개도국,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간 농산물 개방 속도를 놓은 의견 대립에 대한 조정이 시급한 과제다.
또 자유화 논의가 활발히 진척되고는 있으나 자유화의 최종 목표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 자유화의 실질 검토과정이 정립돼 있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APEC 전문가들은 이밖에 ▲자유화의 대역외국 적용문제 등 역외국가와의 관계 불확실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 아시아자유무역지대(AFTA) 등 역내 소지역그룹의 APEC 회원국에 대한 차별가능성 ▲ECOTECH에 비해 TILF가 지나치게 부각된 점 등도 향후 빠른 시일내 해결돼야 할 과제로 꼽는다.<신경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