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참고 또 참는 구리

제2보(18~38)


CSK배는 한중일 3국에 대만까지 합쳐서 4개국이 다투는 국가대항전이다. 각각 5명의 대표가 출전한다. 제한시간은 1인당 2시간이며 덤은 6집반. 한국팀은 이세돌이 주장을 맡았다. 언제나 주장이 되던 이창호가 스스로 양보하고 나서서 화제가 되었다. 중국팀의 주장은 구리. 한 달 전에 후지쯔배 16강전에서 이창호를 보기 좋게 꺾어 한창 기세가 올라 있다. 비록 8강전에서 송태곤에게 패하여 더이상의 진로가 막히긴 했지만…. 백18로 먼저 걸친 것은 축머리를 만들기 위한 공작이다. 이 수로 참고도1의 백1에 당장 움직이는 것은 흑2 이하 18까지 되었을 때 축머리가 백에게 불리하므로 큰 낭패인 것이다. 흑23은 이렇게 변신하는 것이 최선. 축머리가 흑에게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흑25로 얌전하게 넘은 수는 구리가 임기응변에 얼마나 능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세상으로는 참고도2의 흑1에 일단 젖히고 싶은 자리지만 구리는 애써 참고 있다. 백2 이하 8로 눌리면 백에게 강력한 외세를 제공하며 백10이 놓이면 좌변 흑진도 별로 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내다보고 참은 것이다. 흑29를 보자 검토실의 소년 기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흔들었다. 구리가 너무 참는다는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흑29로는 가에 버티는 것이 강력했다. “아무래도 나를 무서워한 수 같아.” 대국 이튿날 이세돌이 웃으면서 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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