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000830)이 제일모직(028260)과의 합병 상장을 앞두고 27일부터 매매 거래가 정지된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지난 1975년 12월 증시에 입성한 지 꼭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달 1일 제일모직과 합병을 앞둔 삼성물산 주식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마지막으로 거래됐다. 삼성물산은 전일 대비 5.02% 오른 4만8,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모처럼 큰 폭으로 뛰어올랐고 제일모직도 9.70% 급등한 14만7,000원에 상승 마감했다.
이날 양사 주가는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합병안이 통과된 7월17일 주주총회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다. 삼성물산은 주총 전날인 7월16일 종가(6만9,300원)와 비교해 30% 넘게 급락했고 같은 기간 제일모직 주가는 24.23% 떨어졌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합병 무산 가능성에 베팅한 외국인 주주들이 쏟아낸 매도물량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다음달 1일 합병해 15일 유가증권시장에 새로 상장한다. 법률적으로는 제일모직이 존속 법인, 삼성물산이 소멸 법인이지만 통합 법인의 사명은 '삼성물산'이 된다. '통합 삼성물산'의 주식수(이하 보통주 기준)는 1억8,969만45주이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1대0.35로 비율로 합병한다. 합병 이후 양사의 시가총액은 약 27조원대로 예상돼 삼성전자와 현대차·한국전력에 이어 시총 4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6.54%의 지분을 확보해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가 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 부문 사장이 각각 5.51%의 지분을 확보하고 이건희 삼성 회장(2.86%) 등 총수 일가는 30.4%의 지분을 보유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구축하게 된다. 여기에 삼성SDI(4.77%) 등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까지 더하면 최대주주 측 지분은 4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고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하면 주가도 긍정적 방향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주가가 최근 약세를 보인 것은 합병안 통과 주총 이후 단기적인 수급 요인이 컸다"며 "통합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이 커지면 인덱스펀드 중심으로 신규 투자가 유입되고 건설과 패션 부문의 실적도 오는 4·4분기부터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주가 흐름이 좋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