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中企여건에 맞는 정책 선별시행을

'환율과 회계감사.' 요즘 원ㆍ달러 환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보고 있자면 ‘회계감사’라는 단어가 자꾸 어른거린다. 이유인즉 두 문제 모두 중소기업의 ‘현실적’ 역량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환율 하락은 갑자기 눈앞에 떡 하니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숱한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외환보유고 급증,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을 들어 환율이 95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꾸준히 내놓았다. 그럼에도 원화강세에 발만 동동 구르는 중소기업을 무작정 나무랄 수 없는 것은 외부변수에 적절히 대응하기 힘든 중소기업의 열악한 실정을 잘 아는 탓이다. 회계감사 얘기를 꺼낸 까닭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조만간 기준에 맞춰 획일적으로 적용될 회계감사 관련 규정에 철저히 준비할 수 있는 영세 중소기업이 얼마나 있을까. 지난해 말 숱한 논란 끝에 ‘자산총액 70억원 이상의 기업’은 외부감사를 받도록 한 기준 자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외부 회계감사 대상인 상장 중소기업 및 비상장기업은 내년까지, 자산총액 500억원 미만의 비상장 중소기업은 같은 해 6월까지 내부 회계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 기업의 경우 얼마나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자산규모 70억~100억원 미만 기업의 경우 수억원이 소요되는 관련 시스템 구축비용이 적잖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지만 당장의 여건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현재 환율 하락으로 중소기업 셋 중 하나가 적자를 감수하고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환 헤징 등으로 현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조언은 발등의 불을 끄기 급급한 영세 기업에는 ‘물정 모르는 소리’일 뿐이라는 지적도 엄연하다. 이 같은 여러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다면 회계와 관련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하는 기준의 적용도 보다 탄력적으로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 중소기업 여건에 맞는 정책의 선별적 선택과 시행만이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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