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모바일 빅뱅 m헬스 시대] <하> 병원과 손잡은 이통사

혈당 재면 병원 자동전송 … 건강관리서 재활까지 '스마트 진료' 확산

SKT '헬스커넥트'·KT '후헬스케어' 등 갈수록 지능화

ICT기반 의료산업 성장하려면 원격진료 규제 풀어야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m헬스 솔루션을 통해 입원생활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사진제공=SK텔레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직장인 김현기(43)씨는 영업직 업무상 잦은 술자리 탓에 비교적 이른 나이임에도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바쁜 업무로 병원에 갈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김씨는 한 이동통신사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사용한 뒤 한결 증상이 호전됐다. 매일 아침 공복혈당 측정을 하면 자동으로 데이터가 병원에 전송되고 병원에서는 결과를 바탕으로 생활습관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병원과 손잡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모바일헬스(m헬스)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포화상태의 통신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 m헬스 중에서 이통사들이 집중하는 분야는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형태 서비스와 병원 행정업무 및 진료 시스템 등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스마트병원(Smart Hospital)' 솔루션으로 나뉜다. 단순한 체력측정과 활동량 파악을 목적으로 하던 앱 서비스가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되면서 영역을 넓혀가는 추세다. 이제는 건강관리는 물론 재활치료·치매방지 등으로 분야가 전문화되고 있다.


스마트병원 솔루션은 병원 행정업무의 전산화에서 비롯됐다. 이후 키오스크(kiosk·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기기)를 통해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단순한 병원 정보를 안내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앱까지 적용범위를 넓혀 한 번에 진료 예약·접수·처방·수납 등을 처리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나아가 의료진이 환자에게 처방내용을 설명하거나 입원 환자가 처방내용과 검사일정 등을 체크할 때도 스마트병원 솔루션은 유용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해준다. 미래의 병원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의 정보기술(IT) 기기로 한 번에 병원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치료와 회복 등의 과정도 편의성과 효율성이 증대되는 '스마트병원'이 대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미 이통사들은 대형 병원과 손잡고 합작회사를 설립해 m헬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2년 서울대학교병원과 합작사 '헬스커넥트'를 설립했고 KT는 같은 해 연세대학교의료원과 함께 의료·ICT 융합사업 전문회사 '후헬스케어(H∞H)'를 출범시켰다.


헬스커넥트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 '헬스온'을 내세운다. 헬스온은 건강검진이나 체력측정 결과와 식습관·운동량 등 실생활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건강관리 해법을 제공하는 앱 형태 서비스다. 사용자는 4~12주 동안 매일 새로운 건강 미션을 수행해 생활습관을 바꿔나간다. 별도 장치인 헬스온 '활동량측정기(액티비티 트래커·Activity Tracker)'를 활용하면 훨씬 더 넓은 분야의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손목밴드·클립·목걸이 형태의 장치가 사용자의 일상적 활동량 등을 파악해 블루투스 연결로 헬스온에 정보를 전송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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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헬스케어의 혈압·혈당 관리 프로그램 '큐-케어(Q-care)'도 현장에 적용 중이다. '큐-케어'는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앱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는 서비스다. 또 체계적인 만성창상(욕창) 관리와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기억력 향상 훈련 앱, 스트레스 수치를 파악해 정도에 따라 적합한 조언을 제공하는 앱도 모바일 기술과 접목 중이다. 재활운동과 언어장애치료, 치매예방 솔루션 등도 후헬스케어의 주요 모바일 사업 중 하나다.

병원도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헬스커넥트가 공동 개발해 분당서울대병원에 적용한 스마트병원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외래환자를 위한 '페이션트 가이드(Patient Guide)'는 내원객들이 들러야 할 장소와 빠른 이동경로, 예약 현황, 질병 설명, 행정업무를 앱과 병원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전달한다. '베드사이드 스테이션(Bedside Station)'은 입원 환자에게 입원생활 정보와 진료·검사일정·검사결과·처방내용 등의 맞춤형 정보를 서비스하고 병실청소와 식이신청도 가능하다.

이철희 헬스커넥트 대표는 "전세계 의료계가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ICT 접목 의료 서비스는 보편적 의료복지를 구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헬스케어는 차세대 병원 정보 시스템과 e헬스 상용화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전자진료기록부와 의료영상저장전송 등을 개발하는 것이 내용이다. 회진시 의사는 각 환자의 진료기록을 스마트기기로 전달 받고 각종 진료영상 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 플랫폼을 도입해 서비스 간 연동이나 대형 병원의 다양한 의료정보를 1·2차 의료기관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e헬스는 초소형 센서로 환자의 건강상태를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체크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이 내용이다.

이외에 LG유플러스는 병원정보 시스템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HIS(Hospital Information System)'로 m헬스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병원 행정업무와 진료정보를 전자차트 형태의 시스템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분당베스트병원과 서울제이에스병원 등 7곳에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m헬스 분야는 원격의료 규제로 산업의 분야가 제한적이다. 건강관리나 혈압·혈당조절 등의 솔루션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범위를 조금만 더 넓혀 전문 분야 ICT 기반 진료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ICT·의료기기·스마트병원 등의 산업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의료계와 ICT 전문가들은 "병원 행정업무와 진료기록 조회, 건강관리만으로는 스마트병원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원격진료 규제가 풀리고 IT와 의료기술의 장점을 잘 융합하면 훨씬 더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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